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지원하는 유럽 기업도 제재 대상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란 핵협정 전면 수정을 위해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유럽이 결국엔 미국과 함께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같은 날 볼턴 보좌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모든 국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기업들이 이란에 판매하는 것이 미국과 관련돼 있는 만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 등 유럽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로 인해 벌어진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더 위태롭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핵협정을 깨지 않으면서 유럽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핵협정 탈퇴를 전격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활동뿐 아니라 탄도 미사일이나 중동 내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과 사업 및 금융 거래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 이란과의 거래를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은 90~180일간의 유예기간 후 대이란 경제 제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미국이 유럽 기업들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할 경우 특히 프랑스의 충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 에너지 공룡 토탈(Total)은 이란산 천연가스 추출을 위해 50억 달러 거래를 체결했다. 에어버스 역시 이란항공(Iran Air)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여객기 수출 계약을 맺었으며 자동차 회사 푸조도 이란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 후 중국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에 상당한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미국의 제재 여파에서 벗어난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이 빠진 빈틈을 파고들 수 있기 때문. 중국은 현행 이란 핵협정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핵협정 구제를 위한 외교적 대응에 나선 이란은 가장 먼저 중국을 찾았다. 미국을 제외한 핵협정 당사국 순방에 나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13일 중국을 가장 먼저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 것.
왕이 부장은 이날 “이란 핵협정은 어렵게 얻은 다자주의 성과로서, 국제 핵 비확산 체계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의 수호에 도움이 된다"면서 ”합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 핵협정을 수호하겠다는 중국 입장에 매우 감사하며 이란은 협정을 지지하는 각국과 소통과 조율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번 주 모스크바와 브뤼셀도 방문해 핵협정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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