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한반도 비핵화 CVID보다, SVID(충분한 비핵화)으로 귀착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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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8-05-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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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국회의원회관서 기자간담회

태영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기파랑 제공]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14일 한반도 비핵화가 바라는대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보다, SVID(충분한 비핵화)으로 귀착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태 전 공사는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은) CVID에 기초해 진정한 북핵 폐기 과정을 이루려고 하지만, 김 위원장이 체제안정보장으로 가겠다는 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절대 하느님으로 치는 북한에서 (외부 사찰단이) 내부로 들어가 보고 싶은 곳, 의심 되는 곳을 가서 샅샅이 사찰한다는 건 가장 큰 핵심 요소이자 근간인 '수령절대구조'를 허물겠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체제안전보장'을 비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체제 붕괴과정으로 가는 건 절대 반대하고, 권력구조를 더욱 보강하는 방향으로 가길 원하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대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한'이 아니라 비핵화 종이로 포장된 핵보유국이 종착점이 아니겠나"라고 관측했다.

이어 "종착적인 핵문제의 해결 바란다면 레짐체인지(체제변화)와 인권문제 해결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지속적인 경제압박과 군사제재가 북핵 폐기 해결에 있어 최선의 방도지만, 미국과 한국은 현재의 평화를 깨려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도 지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핵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방식으로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다"며 "지도자로서 정통성과 명분마저 부족한 김 위원장이 결국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포정치"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핵 문제는 결사적으로 매달린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정상이 '북한 핵폐기'나 '한반도 비핵화' 라는 용어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를 선택한 이유의 배경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남북간 철도건설 계획도 사실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 한반도·러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조러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 동해안 방어부대 대부분이 철도를 따라 배치돼 사업 착수시 해안방어선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북한은 한반도 종단철도 건설이 가능한 것처럼 한국과 러시아에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한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동해안에 무수히 산재한 부대 이전 비용까지 부담한다면"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며 김 위원장이 아래 사람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욕하고, 또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해 즉시 총살이 이뤄진 적이 있다고도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8월 17일 우리나라로 망명했다. 공사는 대사 다음 서열로, 탈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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