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것에 대해 중국은 반기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서의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거리 좁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북한 외무성이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거듭했던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막강해진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단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중국 동북지역에 있어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밝혔다. 풍계리는 북·중 접경지역에서 100㎞ 남짓한 곳에 위치해 동북지역의 방사능 오염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정말 진심으로 한반도 비핵화 여정과 유관국이 평화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3명의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인가'와 PVID(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고집하는 미국이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큼을 지적했다.
지난 1994년에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하고 각종 원조를 중단하면서 북한은 다시 핵실험을 재개했다.
북한의 합의 이행여부도 관건이다. 신문은 6자회담이 다시 열리고 2008년 북한이 영변 냉각탑을 폭파했지만 아직까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많이 다르다면서 '미국의 양보'와 함께 '강해진 중국'을 언급하고 기대감도 보였다.
역대 가장 강력한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를 감싸고 있으며 무엇보다 북한 노동당이 국가전략의 핵심을 '경제발전'으로 전환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북관계가 이미 개선됐고 국제여론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원하고 있어 북·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끝나느냐가 이후 분위기를 좌우할 것임을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공개적으로 핵실험장을 폐기할 경우 미국도 한 발 나아간 카드를 제시해야 최근의 화해무드를 이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은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강력한 '중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신문은 과거와 달리 중국이 막강한 실력을 갖췄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면 중국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사평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공정하게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며 해야할 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맺음말로 '차이나 패싱'은 없을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실제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 비핵화 중간단계에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타진했고 시 주석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환구시보가 언급한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할 경우 중국이 이를 '보증'할 방안' 중 하나로 주목된다. 중국은 북한 무역액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경제지원이 북한이 '비핵화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동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북한과 거리를 바짝 좁히면서 냉기류가 흘렀던 북·중 접경지대에도 서서히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 김능오 노동당 평안북도 위원장이 지난 11~12일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를 필두로 한 참관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遼寧)의 교류 확대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방정부 협력은 북·중 정상이 합의한 협력 강화의 주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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