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공식 날짜가 나오는 등 한반도 정국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비핵화 다음 수순인 경제협력을 준비하는 정부의 시곗바늘이 빨라졌다.
험로가 우려됐던 북한 비핵화 협상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나 만나며 상당한 수준의 '빅딜' 합의가 이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변화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라는 국제사회의 대북 기조에 따라 경제협력 재개에 신중했던 정부에서 움직임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산림청이다.
'나무심기'는 엄격한 대북 제재의 촘촘한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이행추진위는 첫 협력사업으로 산림 협력을 지목했고, 산림청도 '남북 산림협력 추진 방안'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산림청은 △북한 측이 국제단체 및 기구에 제출한 협조요청서 검토 △해외에서 북측에 지원하는 농림복합사업·산림복구 사업분석 △단계별 남북 산림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북한 번영'을 의미하는 경제지원에 대한 정부의 구상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남북경협에 박차를 가하는 첫번째 로드맵은, 통일부가 지난해 11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준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이행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남북경제협력 구상을 책자와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남북경협 구상 초안이다.
△북한에 대한 전력인프라 확충 △도로·철도 연결 △경제개발구 계획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전반적인 남북 경제 발전 분야가 담겼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이제는 북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나온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이 투자처를 북한으로 기꺼이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할 때 북한 근로자 임금이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높아진 북한 근로자 임금은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는 베트남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대한상의 베트남사무소에 따르면,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오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에 7% 내외로 임금인상을 억제, 속도 조절에 나섰다.
5년 전 공장 노동자 월급이 7만5000원 수준이었다면, 지금 30만~50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때문에 베트남은 원가절감 측면에서의 매력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BOK경제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년간 대외개방으로 실질소득이 최대 4.5% 늘었다. 또 비핵화, 대북제재 완화 등으로 북한의 대외개방이 확대되면 예상되는 경제 편익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무역 규모는 1996년 22억 달러에서 2000년대부터 회복, 2016년에 66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20년간 양적으로 3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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