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에서 사상 첫 포퓰리즘 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이탈리아에서 총선이 치러진 지 두 달여 만에 마침내 포퓰리즘 정당 두 곳이 연정협상을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기득권층 타파를 내세운 신생정당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은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League)과 나흘 간의 마라톤 논의 끝에 연정 구성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14일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를 만나 연정 구성을 위한 합의 내용을 청취할 예정이다.
양당은 세금을 축소하거나 간소화하고 연금 및 빈곤층 혜택에 대한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유로존에서 GDP 대비 가장 높은 부채율을 가진 이탈리아 재정에 경고음을 울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직 연정을 이끌 총리는 발표되지 않았다. 양당 모두 총리직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3월 4일 치러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중도파 중심의 기성 정치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오성운동은 32%를 득표하면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에 이름을 올렸고 동맹도 17%를 얻으면서 우파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의회 과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데다가 2개월여 동안 연정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오는 여름 재총선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민과 유럽연합(EU)은 오성운동과 동맹이 구성하는 포퓰리즘 정부가 높은 실업률과 재정 적자 등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 노선에서 벗어난 포퓰리즘 정부가 이탈리아 경제와 난민 문제를 해결할 경우 여타 유럽 국가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게다가 이탈리아에서 첫 포퓰리즘 정부가 탄생할 경우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주요 경제국 가운데 최초가 된다.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하긴 했지만 정권을 잡은 사례는 없다.
현재의 EU를 만든 중도파 정당들은 유럽 전역에서 신생 포퓰리즘 정당들에 기반을 내어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2011년 이후 75만 명의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복지 혜택의 분배, 일자리 문제, 문화적 갈등, 테러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양산하면서 유럽 국민들은 자국의 생계 문제와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포퓰리즘 정당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관측통들은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이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정치 컨설팅 업체인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볼프강 피콜리 회장은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합은 가능한 옵션이긴 하지만 무척 위험하고 어려워 보인다. 양당의 공감대는 아주 좁은 영역에 그친다”면서 "포퓰리즘 정부의 수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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