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대립이 벼랑 끝까지 치달았을 때는 누군가가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요청이 왔고, 그래서 내려갔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이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노사 양측을 만나 설득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던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해외 매각 절대 반대’를 외치며 3차례나 총파업을 벌인 금호타이어 노조는 고용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난 4월1일 중국 타이어 기업인 더블스타의 매각을 받아들였다.
STX조선은 고정비용 40% 감축을 위해 노사가 총고용을 보장하되 5년간 6개월씩 무급 순환휴직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 기업의 ‘먹튀’ 우려, 무급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 노동자에게는 두려움과 동시에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고, 고심 끝에 문 위원장에게 SOS를 쳤다.
민주노총 출신으로 거리에서 투쟁했고, 수차례 회사와 끝판 협상에 나섰던 문 위원장이었기에 누구보다 그들의 상황을, 심정을, 방향을 알 것이라 믿었다.
금호타이어·STX조선이 구조조정에 합의하기까지 문 위원장은 절실한 마음으로 노사 양측을 만나 중재를 했다.
일단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했고,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는 일만은 없어야 했다. 고용을 보장받되 외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무급 순환휴직을 하기로 한 이유였다.
문 위원장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한 것”이라고 무겁게 말했다. 경영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결코 쉬운, 만족할 만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는 “노사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을 때는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어느 한쪽에 희생과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서로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원칙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STX조선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후, 회사 내 사외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 위원장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공정하고 책임있는 인물을 선정해야 하는데, 문 위원장이 추천하는 인사는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문 위원장은 “공정 인사를 추천하기 위해 노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문성현 위원장은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진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동양기계 노조 사무국장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현(現)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