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작년에 제가 세 들어 있는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새로운 건물주는 건물 매매하는 계약이 체결된 건 더 이전이었고 최근에 등기를 마쳤다고 하며 앞으로는 자신에게 임대료를 달라는 통지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혹시나 새로운 건물주가 바로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건물주와 처음에는 2년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2년 재계약한 뒤에는 재계약에 대하여 특별한 말이 없어 임대료는 계속 내며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새 건물주도 임대료를 받으면서 제가 영업하는데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3달 뒤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채워지니 가게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이 건물이 지은 지 오래되어 외관이 허름하고 안전상태도 걱정된다며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올려야하니 계약기간 종료에 맞춰 명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5년 전 이 가게에 새로 시설투자하고 손님들을 모으기 시작해 이제야 자리잡고 수익이 좀 나기 시작하는 상태였는데 건물주가 재계약 안 해줄거니 나가라는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전 건물주는 임대료만 잘 낸다면 5년이고 10년이고 영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말을 하여 3년차 되던 해에 재계약한 뒤 인테리어도 새로 추가하였는데 바뀐 건물주는 제가 한 시설들을 뜯어 나가는 건 제 선택이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나가라고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저는 이대로 계약기간이 끝나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건가요? 제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A)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나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애환이 여실히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 임대인(건물주)가 재계약을 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A씨가 그 가게에서 영업을 계속할 수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세입자)의 영업기간을 보장해주고는 있지만 최초의 임대차 개시로부터 5년까지만 가능하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OECD 국가들의 상당수가 상가임대차의 경우 9~15년 동안 내지는 무기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장기간의 임대차를 유도하는 법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법은 아직도 임차인 보호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최근에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아 A씨가 바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개업을 하며 많은 투자를 하고 어렵게 영업을 이룩한 상가의 임차인들이 계약기간이 끝나고 아무런 보상도 못 받은 채 가게를 나가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2015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는 내용의 입법이 있었다. 이제는 임차인들끼리 권리금을 수수하기로 하고 임대인에게 계약 체결을 요청했을 때 임대인은 법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계약 체결에 응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이 직접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A씨는 아쉽게도 본인이 직접 영업을 계속하기는 어렵겠지만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아 그로부터 권리금을 받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는 임대인이 재건축한다고 하며 명도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재건축한다는 사정으로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체결을 거절하는 것이 정당한지가 문제된다. 임대인이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가 있다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의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의 “임대인이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로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는 재건축의 사유를 한정하고 있다. 즉 ① 사전에 재건축계획을 고지했거나, ② 안전사고 우려로 재건축하거나, ③ 법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건축에 한하여 임대인은 계약 체결을 거절하여도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하고 있다.
A씨의 경우 5년 전 종전 임대인과 계약 체결할 당시에 재건축 계획을 고지 받지 않았으므로 이 건물이 오래되어 재건축을 해야만 할 정도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상태인지가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의 재료나 구조에 따라 내구성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의 경우 내구연한이 30-50년에 이르러 단순히 지은 지 오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재건축해야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건축해야할 정도로 노후한 건물이라는 점에 대해 다툼이 있다면 소송절차에서는 구조기술사와 같은 안전진단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 건물의 안전성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받는다. 안전진단 종합등급은 A(양호)~E(불량) 등급까지 있는데 보통 D등급보다 낮은 경우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재건축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본다. 건물이 외관상으로도 균열이 심하고 기울기까지 하는 등 명백하게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인다면 이러한 가게에 들어오려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건물주가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로 판단 받을 가능성이 높아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
반면에 단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외관이 불량할 뿐 안전문제는 없다고 보이는데 임대인이 건물을 확장 공사하여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안전진단 등급도 양호하게 나와 임대인이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 임대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A씨는 관련 법령을 꼼꼼히 살펴보고 건물 상태에 대하여도 충분히 조사한다면 법으로 보호하는 임차인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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