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의사의 정체가 밝혀지자, 가족의 눈에 눈물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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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5-1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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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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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셨다.
평생 교감이나 교장자리도 마다하고
아이들 앞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하루 종일 재잘대는 아이들과
밀고 당기며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다.

정년퇴임을 하신 후, 아버지는 학생들이
그리운지 저녁이면 앨범을 펼쳐들고 30년 전
처음 만났던 학생들 얘기부터 그리운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이 아이는 정말 말썽꾸러기였지…
하루라도 안 싸울 날이 없었단다.
그래도 날 어찌나 좋아했는지, 나만 보면
떡볶이 사달라며 날마다 조르곤 했지….”

“유진이는 참 참한 아이였다. 홀어머니와
살면서도 늘 웃음을 안고 지냈지.
아프신 어머니 때문인지 늘 의사가
되겠다고 하곤 했었단다. 내가 가끔
집에 찾아가서 유진이 몰래 고기며
쌀이며 사다 놓곤 했었는데…”

줄줄 이어지는 추억담은
늘 우리 자식들 마음을 촉촉이
적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다녀오시던 아버지가 쓰러졌다.
폐암 말기….

“한 평생 칠판에 쓰고 닦고 하시더니
폐암이 되셨구나.” 희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뒤고 하고, 우리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할 수 있는 치료를 계속했다.

종종 아버지 제자들이 소식을 듣곤
찾아오곤 했다. 그럼 아버진 또 한참을
옛 추억에 잠겨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만큼은 아버지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아버지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기침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시는 날들이
잦아지고, 가래 끓는 소리도 거칠어졌다.

그때 마침, 진료 받던 병원에서 의사 한 명을
보내주었다. 20대 후반의 여의사였는데,
가래가 끓으면 젖은 가재로 손가락을 넣어
가래를 꺼내주곤 하면서 가족만큼이나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찾아왔다.

병세가 악화되어 말씀을 제대로 하실 순
없었지만, 여의사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도
유난히 표정이 밝아졌다.

한번은 아버지가 기침이 무척이나 심해져
얼굴은 핏발로 벌게지고, 목은 가래가 들끓어
숨쉬기조차 답답해하시자, 손으로 가래를
꺼내던 의사는 난데없이 음료수 빨대를
가져오라고 했다. 대체 빨대로 무엇을
하려나하고 의아해하며 가져다주자,

그녀는 빨대 한 끝을 아버지 목구멍에 넣고
한 끝은 자기가 물고 가래를 입으로 빨아내는
것이 아닌가? 자식들도 감히 못하는 일을
젊은 여의사가 하고 있었다.

폐암 환자였기 때문에 가래에서 악취까지 났다.
그러나 여의사는 모든 것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빨아내기를 두 시간 정도 하자,
가래 끓는 소리가 잠잠해지고 아버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몇 달 후,
아버지는 여의사의 헌신을 멀리한 채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나는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네? 의사 보내드린 적 없는데요?”
“분명히 여기 병원에서 왔다고 했는데요?”
“의사 분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

“아무튼 저희 쪽에서는 의사를
보내드린 적이 없습니다.”
여의사의 이름도 몰랐던 나는 헛걸음만 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얼마 후, 외국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온 편지였다.


나는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그 여의사의 편지를 아버지의 묘소에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자식들도 감히 못하는 일을'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글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서 따듯한 마음을 나눠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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