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가 수년간 자사와 코레일 임직원의 자녀 등 총 24명을 무더기로 부정 채용한 정황이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전직 대표와 상임이사, 노동조합 간부까지 채용 비리에 가담했으며, 청탁을 알선해주겠다며 금품 1억여원을 챙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SR 전 상임이사 A씨와 전 인사부서장 B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복환 전 대표이사 등 관계자 11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며, 이들 역시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이뤄진 9번의 SR 신입·경력직 공개채용 과정에서 자사 임직원의 자녀 채용 청탁을 받고 서류 점수를 조작하거나 점수가 높은 다른 지원자를 이유 없이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총 24명(신입 14명·경력 10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용 청탁자는 대부분 SR 및 코레일에 재직 또는 퇴직한 이들로 가족 및 친인척뿐만 아니라 단골 식당 주인의 자녀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임직원 자녀의 서류·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110위였던 지원자가 최종 순위 2위로 합격하거나 면접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또, 한 지원자는 서류 제출 기한 내 외국어 성적 증명서를 내지 않고 SR 측 임원에게 직접 성적증명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이 밖에도 한 임원은 자신의 조카 면접 시험에 내부 심사위원장으로 직접 참여해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으며, 인사 담당자는 면접 과정에서 부정 청탁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질문을 하는 등 특혜를 줬다.
경찰은 SR의 부정 채용 때문에 이유 없이 탈락한 지원자가 총 105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노조 간부 C씨가 신입직원 공개채용 당시 채용 청탁자 11명으로부터 약 1억23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고 인사담당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경찰은 C씨를 사법경찰권을 가진 근로감독관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용 비리 수사 착수 이후 외부 서류전형 점수표나 면접 채점표를 파기하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의 정황이 있다”며 “이후 추가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SR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채용 비리 연루 직원과 부정 합격 직원은 즉시 퇴출할 것이며, 채용 비리 피해자 구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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