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민원실을 찾아가도 회사랑 얘기하라는 말뿐입니다. 회사와 대화할 수 있었다면 거래소까지 안 갔겠죠." 경남제약 소액주주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인 A씨는 기자와 악수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경남제약 소액주주연대는 집회를 열었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거래소 정문 앞이었다. 소액주주연대는 경남제약 주식에 대한 거래정지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른 더위 탓에 참가자마다 땡볕에서 땀을 흘렸다. '살려주세요'라고 쓴 팻말도 눈에 띄었다.
거래소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시 6개월 동안 개선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거래정지가 더 이어진다는 얘기다.
소액주주연대는 다른 법적인 수단을 찾기로 했다.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경영진을 뽑겠다고도 밝혔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소액주주연대는 경남제약 주식을 12%가량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희철 전 경남제약 대표 측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올해 3월 그가 보유해온 지분(20.8%)을 압류했다.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경남제약은 '무주공산'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독자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겠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연대는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방식이라고 반발한다. CB 전환가가 낮아 인수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집회에 참여한 B씨는 "현 경영진은 우리와 소통할 생각이 아예 없다"며 "어느 한쪽을 지지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말이 통하는 쪽(이희철 전 대표)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경영진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없다"며 "세입자가 집주인 몰래 집을 팔아먹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철 전 대표와 현 경영진도 법적인 공방을 펼쳐왔다. 경영 정상화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채 '배가 산으로 간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경남제약이 부실화된 데에는 이희철 전 대표뿐 아니라 현 경영진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실 상장사로 인한 피해는 언제나 '개미' 몫이다. 물론 거래소를 비롯한 유관당국이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경영 정상화나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에 미칠 피해를 최소로 줄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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