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구단선(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해상 경계선)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베트남에 입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중국해를 놓고 양국간 영유권 분쟁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중국인 단체 관광객 10여명은 티셔츠 뒷면에 남중국해를 포함한 중국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베트남 남부 캄란 공항에 도착했다. 티셔츠 뒷면에는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범위를 나타내는 구단선이 그려져 있었다.
베트남 출입국 사무소는 남중국해가 중국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광객들에게 티셔츠를 벗고 공항을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여행사 측은 티셔츠를 모두 수거해 경찰에 전달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중국과 베트남 네티즌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네티즌들은 분노를 표했지만 중국 측은 자국 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선 2014년에도 베트남에선 한 중국인 커플이 구단선이 그려진 세계지도를 갖고 베트남을 방문해 적발된 적이 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중국 측이 주장하는 구단선 및 남중국해 영유권 표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3월 초 호찌민 한국국제학교에서는 사용 중인 세계지리 교과서 270권을 모두 걷어갔다.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를 중국지명인 시사군도, 난사군도로 표기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교민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우리나라 세계지리 교과서와 사회과부도 반입에 제동을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교육권을 너무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독도를 일본이 억지 주장하는 대로 다케시마라고 표기한 책이 있다면 우리 정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1947년 남중국해 주위를 따라 U자 형태의 아홉 개 선(구단선)을 긋고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의 85% 이상을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프래틀리 제도는 중국 본토에선 1000㎞ 이상 떨어졌지만,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선 100~200㎞에 불과하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구단선은 영유권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군사 요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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