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델'은 미국이 그간 강조해온 '일괄타결식' 핵폐기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단계별 보상조치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까지 언급해 가며 반발한 '리비아 모델'의 대안인 셈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식 모델이 우리가 사용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 이것(북한 비핵화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을 두고 '트럼프 모델'이란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하지만 북한이 리비아식 해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만큼,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 혹은 '행동 대 행동'을 요구하며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 내지는 이행에 상응하는 쌍방간의 동시적 조치를 강조해 왔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단계별로 보상하는 과거의 방식은 따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북·미 양측이 '단계별 비핵화' 또는 '일괄타결식 비핵화'라는 쟁점에 대해 간격을 좁히지 못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이 '트럼프 모델'이라는 모호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용한 외교적 수사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해법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숙고한 모델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에게 기회로 찾아온 북·미 정상회담을 파국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괄타결' 방식을 밀어붙이지 않고, 적절한 타협지점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이 말하는 '트럼프 모델'이란 큰 틀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서는 일괄타결 방식을 취하되, 단계별 이행과 보상조치를 '압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행조치의 경과에 따라 제재완화 등 부분적인 보상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까지 시사한 상황에서 '트위터 홀릭'인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미국의 대외정책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관계에서 '디플로테인먼트(Diplotainment, 외교+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불릴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며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이런 디플로테인먼트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중에게 보여질 ‘서사’를 형성하고, 정치적 승리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는 데 지나치게 집중해 해법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정박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중을 향한 쇼맨십은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곳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외교 정책과 국가 안보를 수립하는 데 있어 극적인 방법이며,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허울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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