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장 빛나는 숲 수목원이 삶에 찌든 현대인을 유혹한다. 초록빛 숲이 드리운 그늘과 화려한 꽃들의 아리따운 자태를 맞이한 후, 짓누르던 고뇌는 훌훌 날아가고 봄바람처럼 가벼운 마음만이 오롯이 남는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과 청산수목원은 살랑이는 바람과 어우러지며 쾌청함을 선물하는 태안의 대표 수목원이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우아한 목련이, 청산수목원에는 붉은빛 홍가시나무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푸른 눈 한국인이 가꾸다···아름다운 정원 천리포수목원
봄기운이 완연한 천리포수목원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태안반도 끝자락인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렸던 고(故) 민병갈(미국명: Carl Ferris Miller)설립자가 40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일궈낸 우리나라 1세대 수목원이다.
1970년부터 본격적인 나무 심기를 시작한 수목원은 교육 및 종 다양성 확보와 보전을 목적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후원회원 등 제한적으로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가 2009년부터 일부 지역을 일반에 공개했다.
천리포수목원 목련 [사진=기수정 기자]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이면서도 남부식물이 월동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어 500여 종류가 넘는 목련을 비롯해 1만58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들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전경[사진=기수정 기자]
밀러가든(Miller Garden)은 천리포수목원 내 총 7개의 관리 지역 중 첫 번째 정원으로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했다. 밀러가든은 바다와 인접해있어 사계절 푸른빛을 머금은 곰솔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수목원을 끼고 청량한 파도와 고운 모래펄을 품은 해안 길이 길게 펼쳐진다. 특히 수목원 내 노을 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명당으로 손꼽힌다.
◆붉은 잎이 나무를 뒤덮다···홍가시나무 천국 청산수목원
청산수목원 삼족오 미로공원의 홍가시나무 [사진=기수정 기자]
청산수목원은 여러 테마 정원과 더불어 자라풀,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수세미, 생이가래 등 수생식물이 자생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매년 4월부터 6월까지는 홍가시나무 천국이다. 홍가시나무는 크게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규모만 10만㎡에 달한다.
황금 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같은 익숙한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볼 수 있다.
밀레, 고흐, 모네 등 예술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는 테마정원부터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청산수목원 홍가시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관광객들[사진=기수정 기자]
수목원은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만다라정원, 황금 삼나무의 길로 구분된다. 천천히 감상하며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밀레의 정원에서는 ‘이삭줍기’와 ‘만종’을 비롯한 밀레의 주요 작품들 속 장면을, 삼족오 미로공원에서는 가이스카향나무와 홍가시나무, 황금측백 등을 만날 수 있다. 예연원에는 수생식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엄선해 수집한 연과 수련 200여 종이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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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태안=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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