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펫] 3살 된 수컷 고양이 라온이와 9개월 된 암컷 고양이 시온이의 집사 수경 씨는 최근 단단히 삐진 두 녀석의 눈치를 보고 있다.
전 주인이 2개월을 키우다 못 키우겠다며 길에 풀어놓겠다는 라온이를 안쓰러운 마음에 입양하면서 집사의 삶을 살게 된 수경 씨.
두 마리의 고양이와 살다 보니 자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에게도 관심이 가게 됐다.
게다가 첫째 라온이도 길고양이 출신이라 더욱 마음이 갔던 수경 씨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간식 캔을 주기 시작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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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씨의 손길을 좋아하는 '치즈태비' |
평화롭던 수경 씨의 일상에 금이 간 건 지난 14일이었다.
최근 첫째 라온이는 턱 주변에 갑자기 피부병이 생겨 치료 중이라 며칠째 간식을 끊은 상태다.
라온이가 빤히 보고 있는데 둘째 시온이만 먹일 수도 없어 캔 대신 다른 건강 간식을 줘봤지만 녀석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는데.
그러던 지난 14일, 집사가 집에 들어오더니 며칠째 주지 않던 간식 캔을 몰래 챙겨들고 슬그머니 집 밖으로 나가는 걸 라온이가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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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지금 그거 들고 어디 가는 거냐옹~?"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으로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라온이는 보고야 말았다.
믿었던 집사가 딴 놈(?)과 시시덕 거리며 간식 캔을 나누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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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 만난 '카오스' |
요새 그렇게 핫하다는 '간식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결국 우리 집사였던가 좌절한 라온이는 한참이나 창밖을 바라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큰소리로 포효하고 말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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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내 간식이 왜 거기서 나오냐옹!!!!!!" |
아까부터 뒤통수가 따갑고 등줄기가 싸했던 집사 수경 씨는 배신감과 분노가 복잡하게 뒤섞인 라온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꼼짝없이 현장을 들키고 만 집사 수경 씨에게 라온이는 분노를 대방출했다.
분노의 물 베어먹기!
구겨진 종이 붙잡고 포효하기!
오빠 라온이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시온이도 불만을 표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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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우리 간식 빼돌린 거 실화냐옹~?" |
퇴근할 때나 잠깐 슈퍼를 갈 때에도 길냥이들의 캔을 챙긴다는 수경 씨.
원래는 집에 있는 두 녀석들 것만 챙기다 길냥이들까지 챙기다 보니 고양이 간식 캔을 사는데 드는 비용도 원래보다 훌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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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 '벨' |
하지만 길 생활하는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들러 좋아하는 간식 캔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단다.
수경 씨는 얼마 전 집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양해를 구한 후 자그마한 고양이 급식소를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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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필수라는 요즘 핫한 고양이 맛집 |
종종 주는 간식 캔 때문에 벌써 입소문을 타고 오는 고양이들이 늘어 웨이팅도 생길 정도(?)의 맛집이 됐다고.
수경 씨는 "라온, 시온이가 워낙 착해서 원래는 길고양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줘도 한 번도 울거나 질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 건데 자기는 안 주고 아이들만 주니 충분히 질투가 날 만했다"며 "얼른 피부가 회복 돼 다시 좋아하는 간식을 마음껏 먹이고 싶다"고.
또 "우리집 녀석들도 길냥이들도 간식 캔은 책임질 테니 건강하게만 지냈음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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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사이좋게 나눠줘라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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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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