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음료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주류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자원 재활용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유색 페트병을 없애기에는 비용이나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2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주류회사는 ‘맥주 갈색 페트병’ 생산 중단과 관련해 대책논의에 들어갔다.
맥주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우선 지난 4월27일 환경부와 자발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는 자발적 업무협약 대상자로서 갈색 페트병을 없애는 정부 방침대로 따르기로 했다. 유색 페트병 생산에 대한 추가 환경부담금 등이 확정될 경우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페트가 아닌 대용량 캔맥주 등의 생산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갈색 페트병으로 맥주 하이트·맥스·엑스필S·스타우트·드라이피니시d와 발포주 필라이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소주는 ‘참이슬’ 640㎖ 녹색 페트병이 대표적이다.
반면 ‘카스’ 등을 생산하는 오비맥주는 자발적 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맥주는 예외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굳이 무색 페트병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와 마찬가지로 캔 맥주 제품을 740㎖까지 키우는 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협약식 이후 정부의 별다른 발표가 없었다. 이후 새로운 안이 나온다면 적극 수용하겠다”라며 “최근 러시아 월드컵 패키지 전용 카스 740㎖ 제품을 내놓았다. 500㎖ 맥주 한 캔은 조금 아쉽고, 1ℓ는 많다 싶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피츠’를 생산하는 롯데주류는 유색페트병에 대한 추가 환경부담금이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통 주류가격은 출고가에 빈병보증금과 유통마진을 더해 산정된다. 환경 보증금은 빈병보증금에 포함한다. 앞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대용량 캔맥주 생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환경 보증금에 따른 가격인상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소비자들에게 또다시 뭇매를 맞을 수 있는 상황과 추가 설비 도입 비용 가운데 수지타산을 맞춰보겠다는 얘기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캔 유통기한은 10개월~1년, 페트병은 6개월인데 투명으로 바꾸면 더 짧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페트병 제품은 없어지겠지만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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