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로 지목된 나집 前 말레이 총리…자택서 2700억원 현금뭉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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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8-05-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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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집 전 총리, 22일 소환 조사 응할 듯…'꽁꽁 숨긴' 비자금 실체 밝혀지나

지난 10일 총선패배 후 대규모 부패 혐의로 출국금지된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 부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 사진은 2011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해 화려하게 정계로 복귀한 마하티르 모하마드(93) 총리가 임기 시작부터 나집 라작(65) 전 총리를 겨냥한 적폐 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싱저우일보(星洲日报)'는 18일(이하 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나집 전 총리 자택과 관저를 포함해 가족 명의로 등록된 고급 아파트 등 총 6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보도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색을 통해 10억 링깃(약 2724억원)의 현금뭉치와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사치품 수백 점을 압수했다”며 “앞으로 비리혐의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압수된 거액 현금 뭉치의 출처에 대해 나집 전 총리는 "과거 선거활동 당시 당 내부 지지자들과 스폰서가 제공한 정치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그의 최측근들을 잇따라 소환해 강도 높은 압박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나집 전 총리의 부인인 로스마 만소르(67)는 변호인을 통해 “비리 혐의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한순간에 범죄자로 몰려 큰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을 언론에 노출해 ‘인민재판’이 이뤄지는 건 옳지 않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고압적인 경찰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수사관들은 허락 없이 사저에 들어와 냉장고를 열고 초콜릿, 음료수 등 음식을 마음대로 꺼내먹고 있다”며 “심지어 압수수색 전 식사를 준비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수사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명한 명품백 수집가로 알려진 로스마는 지난 2009년 홍콩의 명품판매점에서 300만 달러(약 32억4600만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사들이고 싱가포르의 명품매장에서 싹쓸이 쇼핑을 즐기는 등 과도한 사치를 부려 언론과 대중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번 대대적 압수수색은 나집 전 총리가 재임 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비리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행됐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자신이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60억 달러(약 6조4770억원)를 스위스·싱가포르 등지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하티르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집 전 총리의 대부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문서와 증언을 확보한 상태”라며 “1MDB의 관계자들도 최근 자발적으로 증언을 해주고 있어 그의 혐의가 빠른 시일 내 사실로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출국금지령을 받고 쿠알라룸푸르 시내 자택에 머물고 있는 나집 전 총리를 22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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