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개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에도 본점 지하에서 임시영업점을 운영하며 인력과 시스템을 유지한 덕분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북한에서 지점을 운영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최호열 우리은행 개성지점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은행이 해야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며 "금융권 전반이 활기를 띄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입을 열었다.
지난 2004년 개성공단에 처음 진출했다 철수한 우리은행은 현재 재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개성지점은 개성공단에 진출한 123개 입주기업과 주재원들을 상대로 송금·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을 상대로 사후 관리와 금융 서비스를 맡고 있다.
최 지점장은 "특수지역인 북한에서 14년이나 자체 온라인 시스템으로 은행을 운영한 경험은 큰 자산"이라며 "인력과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있어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우리은행도 곧바로 영업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북한 근무가 쉽지는 않았다. 당시 7명의 직원 가운데 4명이 북한 여직원이었기 때문에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언어는 통했지만 의미가 달라 오해하는 일도 잦았다.
그는 "처음에는 북측 직원이 남한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이유 탓에 전화도 받지 않고 딱딱하게 앉아만 있었다"며 "손님은 남한사람이고, 여기는 영업점이기 때문에 곤란한 질문은 남측 직원에게 넘기더라도 우선 전화를 받고 제대로 인사를 하라고 교육 시키는데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북한에서는 '일 없습네다'라는 말이 '괜찮다·고맙다'는 공손한 의미지만 '필요없다'로 잘못 받아들이기도 했다. 다른 체제로 인해 정치,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서로가 조심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지점장은 "다른 행원들은 겪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성지점은 북한 금융의 전초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며 "통일금융이 되면 모든 일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우리은행은 개성공단 재입점 외에도 금강산 등 대북 관광사업 지원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참여, 금융인프라 지원 등을 준비 중이다. 특히 철도·항만·시설물 등 주요 개발·건설사업 금융자문과 신디케이트론 등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남북 금융 협력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하고 남북경협에 대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개성 복귀 시점이나 추후 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최 지점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정부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대로 움직이면 된다"며 "정부에서도 개성공단 문제는 비핵화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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