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절망하고 대답하는 유리와 나무, 손잡이('이상한 기하' 중), 사지를 버둥거리는 동전('러시안룰렛' 중) 모두 필사적이다.
하지만 화자는 이를 보듬지 않고 바라본다. 오히려 고통을 더 생생하게 표현한다.
시인 오유균은 시적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서정적 거리 두기'다.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는 세상과 삶이 화해 또는 탈주라는 방식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환상을 믿지 않는 듯하다.
다만 어머니와의 기억을 소재로 한 등단작 '흑잔등거미'에서는 이 같은 벽이 다소 누그러진다.
오유균이 펼친 자신의 첫 번째 세계관.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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