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봉축법요식이 봉행됐다.
오전 10시 조계사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비롯해 사부대중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요식이 개최됐다.
법요식은 중요한 법회나 불사가 열리는 장소를 깨끗하고 엄숙하게 하는 도량결계의식으로 시작됐다.
이어 6가지 공양물(향·등·꽃·과일·차·쌀)을 부처님 앞에 올리는 육법공양,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 의식, 조계사 주지 스님의 축원과 불자 대상 시상 등이 진행됐다.
진제 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되는 길은 우리 모두가 참선 수행으로 마음 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리의 세계에는 나와 남이 따로 없고, 시기와 질투, 갈등과 대립이 없으니 어찌 남을 내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겠나"며 "진흙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나듯 혼탁한 세상일수록 부처님의 지혜를 등불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은 봉축사에서 "분단의 긴 겨울이 지나고 평화의 봄이 찾아왔다"며 "평화의 실천을 위해 진보와 보수, 계층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불교계는 2015년 부처님오신날 이후 3년 만에 남북공동발원문을 채택했다.
조계종은 이날 북한 측 조선불교도연맹과 각 사찰에서 공동발원문을 동시 낭독했다.
공동발원문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이 함께 새로운 역사의 출발을 선포한 신호탄이며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역사적 이정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들은 판문점 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강령, 자주통일의 법등으로 높이 들고, 그 실천행에 용맹전진하겠다"며 "삼천리 방방곡곡 이르는 곳마다 평화와 통일의 법음이 높이 울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빈자일등(貧者一燈·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의 마음으로 축원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를 방문 중이다. 그는 "오늘 한반도에 화합과 협력, 평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도 부처님의 자비에 힘 입은 바 크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원래의 뜻과 이름을 찾고자 했던 불교계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진 만큼 특별하다"며 "저도 약속을 지키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공휴일 표기상 명칭인 '석가탄신일'을 불교계가 사용해 온 부처님오신날로 통일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특별한 날이다.
조계사 법요식에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물론 민주당 박원순, 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등 서울시장 후보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등 이웃 종교인도 자리했다.
이밖에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장 양윤경씨, KTX 해고여승무원노조지부장 김승하씨,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노조 지회장 차헌호씨,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이종걸 씨 등도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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