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권단체들이 아마존에 현대판 ‘빅브러더’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인권단체들은 미국 경찰에 판매되고 있는 아마존의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모든 시민을 감시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이마존에 판매 중단을 촉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경찰이 감시카메라 영상에서 범죄 용의자의 얼굴을 판별하기 위한 용도로 얼굴 인식 기술인 '리코그니션(Rekognition)'을 판매하고 있다.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아마존이 “수천만 명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많은 군중이 모인 사진에서도 100명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세계적인 기술 공룡이 수집하고 분석하는 막대한 정보의 양을 감안할 때 치안 유지라는 본래 의도와 달리 일반인의 사생활과 정보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22일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에 서한을 보내 해당 기술의 오남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서한은 아마존에 “정부의 감시 인프라를 강화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는 전국의 소비자와 공동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22일 성명을 통해 “만약 일부 사람들이 기술을 남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기술을 불법화한다면 오늘날 우리의 삶의 질은 훨씬 나빠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굴 인식 기술은 오랫동안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IT 공룡들에 의해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이 법집행 기관에서 사용되는 것이 문제라고 인권단체는 말한다. 범죄자뿐 아니라 반정부 시위자와 같은 일반인을 추적하거나 불법 이민자를 골라내는 도구로 사용되어 현대판 ‘빅브러더’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빅브러더는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따온 용어로 정보를 독점한 국가가 거대한 감시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미 중국에서는 공안에 의한 얼굴 인식 기능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얼굴뿐 아니라 걸음걸이와 같은 행동까지 인식해 특정 인물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공안이 수만 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범죄 용의자 세 명을 검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미국에서 경찰이 활용할 수 있는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아마존뿐이 아니다. 모토로라 솔루션 역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뉴랄라(Neurala)와 함께 범죄 용의자나 실종 아동의 얼굴을 판별하는 바디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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