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중 미국 영사관 직원이 '이상한 소리'에 시달리다 뇌손상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꼬인 미·중 관계의 또 다른 마찰점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쿠바 이어 중국도… 美영사관 직원 ‘이상한 소리’ 증상 호소
주 베이징 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광저우(廣州) 영사관에 파견됐던 한 미국인 공무원이 2017년 말부터 올해 4월 사이 '다양한 신체 증상'을 보고한 뒤 추가 검진을 위해 미국으로 최근 송환됐다. '이상한 소리'에 시달렸다는 이 직원의 증상은 검진 결과 가벼운 외상성 뇌손상(MTBI)과 일치한다고 대사관 측은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에 체류 중인 자국 시민들에게 건강경보도 발령한 상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이는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나타난 의학적 징후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실제로 외신들도 이를 최근 쿠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집단으로 원인 불명의 뇌손상과 청력 손실 등을 겪은 사건과 연결지어 보도하고 있다. 당시 미국은 쿠바 정부의 '음파 공격설' 등을 제기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했다.
◆ 中 "개별 사례에 불과···외교마찰 상상하기 어려워" 정치이슈화 경계
중국 정부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일각서 제기하는 '음파 공격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일이 개별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치 이슈화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 위원은 "중국은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태를 조사 중이지만 어떤 단체나 개인이 이번 일을 벌였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24일자 사평을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파 공격설' 등은 말도 안 된다며 미국 정부에 객관적 조사를 촉구했다. 사평은 "미국 영사관 직원에게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미국 측도 아직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을 둘러싼 세부사항이 부족해 전문적인 시각에서 평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평은 "정황이 매우 애매모호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발표하고 중국 내 자국 국민에게 건강경보를 내림으로써 중국이 '음파 공격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며 "이는 중국 내 외국인을 불안에 떨게 할 수 있는 것으로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영사관 직원의 '뇌손상'에는 그 어떤 '배경'도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직원 개인적 건강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사평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미·중간 외교의 새로운 마찰점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이번 사건이 미·중 관계가 미묘한 시기에 발생했지만 우리는 양국 정부가 실사구시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상상력을 근거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고 정치이슈화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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