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생계형 품목에 대기업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제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기간은 5년이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상은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생계와 밀접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이 될 것이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품목은 어묵, 청국장, 순대, 두부 등 73개 품목에 이른다.
그동안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민간자율합의 원칙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단체의 신청을 받아 대·중소기업 간 합의 절차를 거쳐서 지정돼 왔다. 이제 이번 6월 말이면 지정된 적합업종이 3+3(처음 3년에 더해 추가 3년으로 만료되도록 하고 있음)을 거쳐 만료되는 품목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동안 소상공인단체들은 적합업종 만료 시한이 6월 말로 다가오는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가 늦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해 왔다. 하지만 이제 만료 시한을 코앞에 두고 이번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6월 말에 만료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에서 생계형 품목들은 다시 5년의 적합업종 지정을 받고 대기업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적합업종 제도는 그동안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그 필요성과 성과가 높다고 하며 오히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제화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대기업 측에서는 적합업종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했다는 성과는 낮고 오히려 소비자 불편과 외국계 기업의 반사이익 등의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으로 맞서, 대·중소기업 간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의견과 주장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유지한 채 평행선을 그어 왔다. 그런 중에 생계형 소상공인을 위한 적합업종 법제화가 추진되게 되었으며, 이제 그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민간자율합의에 맡기기로 하고 탄생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이렇게 법제화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사실 법제화에 이른 것은 민간자율합의에 뭔가 미흡함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대 강제성이 없어서 합의가 잘 지켜지지 않았을 수 있었다든가, 자율합의의 한계로 합의에 이르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제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의 최선은 자율합의조정이라 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 간에도 지율합의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율합의조정이 민간기구에 의해서 이뤄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개선 차원에서 법제화가 제기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자율합의조정의 어려움과 한계 속에서도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과 성과는 상당히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민간자율합의조정의 제약 속에서 성과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거기에 지난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 역할 강화에 대한 의지 부족도 한몫했다고 본다. 어쨌든 적합업종의 민간자율합의 원칙이 깨지고 법제화까지 이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하겠다.
대·중소기업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법으로 해결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 법에 앞서서 대기업 스스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이렇게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대기업 규제는 대기업 스스로 자초한 것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은 경영에 있어서 특히나 소상공인의 생계업을 침해하지 않고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중심 혁신형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스스로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을 강화한다면 앞으로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그 필요성이 약해지지 않겠는가. 이제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더 이상의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 없어지고 성장을 위한 서로의 노력이 선의에서 경주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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