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놓고 관련 업계간 입장차가 여전해 합의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국회에선 2자 물류 기업이 3자 물류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시장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우려로 소관위에서 가로막혔다.
◆정부 VS 해운업계, '대기업 3자물류 금지 법안' 놓고 입장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화물운송사업자와 국제물류주선업자는 해당 기업집단의 일감만을 수주하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3자 물류 시장 진입에 ‘칸막이’를 둬 2자 물류 기업의 진입을 막겠다는 얘기다.
이는 2자 물류기업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3자 물류시장에 진출, 3자 물류 물량까지 모두 흡수하며 발생하는 해운업계의 생존 위기를 타개하고자 발의된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소관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심사에서 가로막혔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로 인해 3자 물류활성화 및 물류산업 경쟁력이 심각히 저하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법안이 공정거래의 원칙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반대의견에 부딪쳤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9월 해당법안의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은 사업자간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경쟁제한적 규제의 신설에 해당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해당 법안이 대기업집단 물류회사가 중소 물류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다른 대기업집단 물류 회사와 경쟁하는 것도 금지해 내부거래가 고착화되고 부당내부거래 발생 유인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우려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시장 진입이 중소 해운사에 어려움을 끼친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온 그간 정부의 정책기조와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반대 입장이다. “기업활동의 주요 수단인 화주와의 계약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영업의 자유 침해소지가 있고,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시장자율경쟁원리도 저해할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화주 내부거래 비중 제한해 공정성 높여야”
이 법안의 통과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해운업계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2자 물류회사가 시장을 모두 지배하는 상황에선 결코 세계적인 물류회사를 키워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대기업이 계열사 물량을 2자 물류회사에 전부 몰아주는 것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제기된 3자 물류 시장 진입금지에 비해 시장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해운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소관위도 “3자 물류기업이 해운물류시장에서 생존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입법취지는 타당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공정성 때문에 2자 물류기업의 3자 물류시장 진출을 막을 수 없다면 3자 물류기업에게도 2자 물류기업과 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이 지금까지 화물을 받는 쪽, 즉 2자 물류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을 제재했다면 앞으로는 화물을 주는 쪽, 즉 대형화주의 내부거래 비중을 제한해 풀어내자는 새로운 해법인 셈이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법 상으론 정상가격(시장가격)으로 이뤄진 거래에 대해선 2자 물류기업이 대기업 계열 물동량을 독식하더라도 규제가 불가능하다"며 “단순히 공정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해운법 등에서 현실을 고려해 규제의 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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