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으로 꼽혀 온 '전력여왕' 리샤오린(李小琳)이 재계를 완전히 떠났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각종 부패·비리 스캔들에 휘말려온 터라 향후 그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리샤오린 다탕(大唐)그룹 부사장이 자진 사퇴했다. 리샤오린은 최근 들어 수차례 사의를 표했고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화력발전 사업을 영위하는 다탕그룹은 국유 기업이라 주요 임원의 진퇴를 국가가 결정한다. 다탕그룹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리샤오린의 사표를 최종 수리했다.
재계를 떠난 그는 실크로드계획연구센터 상무부이사장을 맡게 된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 연구를 위해 국책 은행 등이 출자해 설립한 민간 단체로 사실상 허울뿐인 직함이다.
1961년생인 리샤오린은 칭화대를 졸업하고 22세 때인 1983년부터 전력·에너지 업계에 뛰어들어 35년 동안 활약했다.
그는 중국 국가전력부 국제국 경제무역처 부처장을 끝으로 10년 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뒤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국가전력부가 해외 자금 조달을 위해 홍콩에 중국전력국제를 설립하고 그를 책임자로 파견한 것이다. 중국전력국제는 2002년 중국 최대 발전기업 중 한 곳인 중국전력투자그룹으로 편입됐다.
이후 리샤오린은 중국전력투자그룹 부사장과 중국전력국제 회장을 겸임하며 2008년에는 중국전력국제의 청정에너지 분야 자회사인 중국전력신에너지 회장직까지 꿰찼다.
중국 내 주요 발전기업 3곳을 쥐락펴락하는 전력·에너지 업계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고,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2011년 미국 포천(Fortune)지는 그를 '세계 비즈니스 여성 최고경영자(CEO)' 21위로 선정하며 중국 최고의 여성 기업인으로 평가했다.
승승장구하던 리샤오린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중국전력투자그룹과 국가핵전력기술공사가 합병하며 초대형 에너지 국유 기업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모든 직책을 잃었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리샤오린은 2015년 7월 다탕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누가 봐도 좌천 인사였다.
리샤오린의 추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이후 본격화한 반부패 사정 작업과 맥이 닿아 있다.
리펑 전 총리는 수리전력부 부부장(차관)과 전력공업부 부장(장관) 등을 지낸 중국 전력·에너지 업계의 거두였다. 리샤오린은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를 이어 관련 업계를 장악했다. 카르텔 형성에 따른 부정부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뇌물을 수수하고 막대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등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정협 때마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옷을 입고 등장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결국 올해 1월 발표된 정협 위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삭제됐다. 정치적 위상까지 함께 사라진 셈이다.
그의 오빠인 리샤오펑(李小鵬)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화넝(華能)전력국제 회장을 지낸 뒤 산시성 성장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교통운수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시 주석이 리샤오린의 퇴진에 만족하지 않고 리펑 때부터 형성돼 온 에너지 카르텔의 분쇄를 목표로 삼는다면 리샤오펑의 앞날도 평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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