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3살 된 골든 리트리버 '쿤이'.
다른 리트리버 친구들처럼 금빛 털 휘날리며 한창 뛰어다닐 만도 한데 이 녀석 엉덩이가 무거워 도통 움직이는 걸 싫어한단다.
이런 게으른(?) 성격 탓일까.
며칠 전 쿤이는 움직이기 귀찮아 누나 다영 씨의 물을 뻔뻔하게 뺏어 먹으려다 그만 현행범으로 검거되고 말았다.
평소 사람이 쓰는 상이나 식탁은 절대 넘보지 않는 쿤이인지라 다영 씨는 평소처럼 물을 마시다 만 컵을 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믿었던 쿤이가 다영 씨의 컵에 담긴 물을 뺏어 마시려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게다가 마치 자기 물을 먹는 양 능청스럽고 뻔뻔하기까지 했다.
주둥이도 들어가지 않는 컵인지라 물도 마시지 못하고 허탈하게 입맛만 다시는 쿤이의 모습이 귀여워 다영 씨는 손수 물을 떠다 줬다고 한다.
예쁘게 웃는 리트리버 '쿤이'와 단짝 검둥이 '개천이' |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개가 참 예쁘게도 웃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웃는 상인 쿤이.
하지만 쿤이가 처음부터 웃음이 많은 개는 아니었다.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 데려온 강아지 '개천이'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다영 씨는 어느 날 동네 카센터 아저씨에게 리트리버를 키울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게 됐다.
"눈웃음 한 번이면 누나들은 쓰러지개!" |
아저씨의 지인이 다른 개들과 리트리버 한 마리를 함께 키우는데 리트리버가 괴롭힘을 심하게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영 씨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다영 씨는 이미 개천이를 돌보고 있기도 했고 또 섣불리 한 생명을 데려온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거절을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마음은 계속 쓰였지만 어디 좋은 곳으로 가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그러던 중 리트리버가 결국 개장수한테 팔릴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을 설득한 후 결국 입양을 하기로 결정했다.
"집 마당 연못은 이제 내 차지개!" |
다영 씨는 아직도 쿤이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직도 코 옆에 흉터가 남아 있을 정도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쿤이.
쳐다만 봐도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맘껏 흙장난해도 매일 씻겨주는 누나가 있어서 걱정없개!" |
그동안 괴롭힘을 당해서인지 잔뜩 기가 죽어 있던 쿤이는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
하도 오냐오냐하며 키웠더니 이제는 가끔 다영 씨에게 왕왕 거리며 대드는 대담함도 생겼다고.
다영 씨는 밝아진 쿤이의 모습을 보며 더 일찍 데려오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잘 자라줘서 기특하다는 고마움이 함께 밀려온다고 한다.
꿀잠자는 '쿤이'와 쿤이의 보디가드 겸 단짝 '개천이' |
"쿤이는 청소할 때도 절대 비키지 않고 꿋꿋이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는 다영 씨는 "물도 물그릇 있는 곳까지 가기 귀찮아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시자' 하고 마신 것 같다"며 웃었다.
어려서부터 유기견과 파양견을 구조해 키웠다는 다영 씨는 지금도 쿤이와 함께 유기되거나 파양된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다행히 이제 쿤이는 누구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특히 개천이랑은 꼭 붙어 잘 정도로 단짝이라고.
다영 씨는 "개천이나 쿤이처럼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모두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한 삶을 찾았으면 한다"는 따뜻한 바람을 전했다.
"누나, 우리 이제 평생 꽃길만 걷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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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기자 ksy61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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