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노 오와리, 정신병동 감금, ADHD증상, 중졸이지만 지금은 인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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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5-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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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세카이노 오와리 (SEKAI NO OWARI)는 일본의 4인조 록 밴드이다. 2007년에 결성됐으며, 줄여서 세카오와라고도 불린다. 2010년 첫 번째 정규 음반 《Earth》를 발매, 이 음반이 제3회 CD 가게 대상에서 준대상을 받았다.
 

이들이 지금부터 이야기할 세카이노 오와리 입니다. 이들은 시계방향 순서로 사오리(피아노), 후카세(보컬), 나카진(기타), DJ러브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진= 세카이노 오와리 트위터]

세카이노 오와리(sekai no owari, 이하 세카오)는 2010년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입니다.

특히 밴드의 리더 후카세 사토시는 "저는 종군위안부를 일본이 강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평범한 밴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연 없는 아이돌과 밴드는 없겠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일본을 넘어 한국 청년들의 가슴에도 뭉클한 온기를 심어줍니다.

'세카오'는 앞서 이야기한 리더 후카세와 피아노 사오리, 디제이 러브, 기타의 나카진으로 완성된 밴드입니다. 이들 모두 어린시절 친구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의 끈적끈적한 이야기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오리와 후카세는 유치원부터, 사오리와 나카진은 초등학교, 후카세와 나카진은 중학교, 사오리와 DJ 러브는 중3부터 친구로 지냈습니다.

음악 신동인 사오리는 5살부터 피아노를 능숙하게 쳤습니다. 후카세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는데 이 둘은 자주 다퉜습니다.

후카세는 연주회와 피아노 연습으로 청소시간에 자주 빠지는 사오리를 늘 불만이었습니다.
 

세카오 멤버는 어린시절부터 알던 친구 사이다.[사진=20세기 소년]

한 살 많은 후카세는 초등학교를 먼저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후카세에게는 ADHD(집중력결핍을 동반한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학교생활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반면 조용한 성격의 나카진은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이어갑니다.

1년 뒤 사오리도 이 둘의 후배로 초등학교를 진학합니다. 사오리는 피아노를 잘 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며 힘든 학교생활을 합니다. 친구가 없는 외로움을 피아노에 열정을 쏟으며 달랬다고 합니다.

사오리의 힘든 학교생활에 후카세는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후카세는 사오리의 고민만은 묵묵히 잘 들어줬습니다. 사오리가 잠이 안 오는 날이면 사오리를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를 배회할 정도로 다정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오리(좌)와 후카세(우)의 어린시절 모습[사진=사오리 블로그]

사오리의 고민을 잘 들어주던 후카세는 정작 자신의 학교생활은 전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학습 진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싸움만 했습니다. 험난하게 학교에 다니던 사오리와 후카세와는 달리 나카진은 모범생으로 지냈습니다.

중학생이 돼서야 나카진과 후카세는 친해집니다.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이유였죠.

사오리와 후카세의 사이에 나카진이 합류해서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중학교에 다닙니다.
 

후카세는 ADHD증상이 심해졌다.[사진=giphy]

후카세의 ADHD증상이 심해져 결국 고등학교에 다니지 못 하고 자퇴를 합니다. 낙심한 후카세는 새로운 환경으로 가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미국유학을 떠납니다.

하지만, 후카세의 미국행은 좋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그의 정신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본으로 돌아왔을 때는 정신병까지 생겼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던 그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합니다.
학력은 중졸, 미국 유학 실패, 얻은 것은 정신병. 친구는 없음

후카세가 마주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약에 취해 살거나 의욕을 잃고 마지막을 기다려야 했을까요?

후카세는 정신의학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목표가 생겼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한 것이지요.

후카세는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시기에 대해서 "내가 가진 전부를 잃어버려서 내 세계가 끝나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무언가를 시작해 보려고 발버둥 치는 나 자신이 있었다"라며 "밴드명 '세카이노 오와리(세상의 끝)'는 그런 의미에서 지어졌다.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 무렵부터 내 인생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후카세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사진=livejournal]

폐쇄 병동에서의 1년이 넘는 치료 끝에 퇴원한 후카세는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합니다.

그의 도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약물치료의 부작용과 ADHD로 인해 집중하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기억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학원을 오가는 길마저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2년의 세월을 투자해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사진의 상태로 의사는 물론 다른 직업도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후카세에게 다시 좌절이 찾아왔습니다. 목표 없이 시간을 죽이다가 우연히 나카진을 만납니다. 나카진은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둘은 학창시절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함께 모여 음악을 하자는 결심이었죠.

둘과 함께 사오리, 러브가 모여 밴드를 결성하고 공연이 가능한 연습실 겸 라이브 클럽도 구했습니다.

모아둔 돈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순탄한 나날은 아니었습니다.

세카오는 훗날 와세다대학 축제 라이브 공연 도중 관중을 향해 "빚이 어마어마해서 다들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통신비도 못 내고 쓸데없는 망상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고 손가락질당하면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우릴 주목하지 않았고 연락 온 곳도 한 군데도 없었어"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 그리고 너무 빨리 좌절하진 마. 불가능을 증명하는 건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 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불가능은 증명되지 않으니깐. 여러분도 자신의 꿈을 살아갔으면 좋겠어"라고 외쳤습니다.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무대에 올라 부른 '환상의 생명'>

빚을 내서 구한 라이브 클럽을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을 기다리는 건 텅 빈 라이브 클럽과 마이너스뿐인 은행 잔액.

돈을 벌기 위해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생계를 꾸리며 연주 연습을 했습니다. 공연도 열었지만, 반응은 저조했습니다. 데모 음반을 만들어 기획사 문을 두드렸지만, 드럼과 베이스 없는 밴드를 환영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이 좋아서? 함께하는 동료가 좋아서였을까요? 그때의 심정을 후카세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가와사키의 오디션에서는 밴드 4팀 중 4등을 했어

심사위원이 나에게 이런 밴드 이름으로는 상업성이 없다고 말했어

이런 노래는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래도 난 계속 믿었어

사실 사람들은 성공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모두 실패할 경우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꿈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며 소중히 보관하잖아

바라만 보면 꿈은 꿈일 뿐이지만 네가 손을 뻗으면 꿈은 현실이 돼

그것이 실패한다고 해도 실패인지 아닌지는 그때엔 모르는 거야

나중에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봤을 때

비록 목적지에 오기까지 빙빙 돌아가며 험난한 황무지만을 걸었다 해도

도착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거야

그리고 느낄 수 있을 거야. 지름길로 오는 사람은 못 본 풍경을 보며

네가 힘들게만 느꼈던 그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도가 되었는지
-후카세-
 

이제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밴드가 됐다.[사진=세카이노 오와리]

무관심 속에서도 세카오는 꾸준히 인디에서 활동했습니다. 201년 4월 7일 그동안 인디에서 활동했던 음악을 모아서 정규앨범 1집 'EARTH'를 발표합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습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똑같았지만, 반응은 달랐습니다.

고등학교 중퇴, 유학 실패, 정신병원 입원, 의사 좌절 이후 제대로 된 첫 성공이었습니다. 세카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2015년 7월에 일본 최대 공연장 닛산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을 때는 14만석을 꽉 채우기도 했습니다.

후카세의 지난 실패가 초라하게 보이기는커녕 지금의 성공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고 있습니다.
<세카오의 2013년 곡 'RPG'>

성공이라는 개념은 비정형적이라서 똑같은 과정을 지나갔다고 해서 꼭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성공은 수학 공식 같은 게 아닙니다. 하지만, 세카오의 지나온 행적은 실패 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힘을 줍니다.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공감도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변화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모인 결정체를 '통찰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세카오는 블로그에 자신의 세대를 대변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세대를 위로해주는 글과 노래로 공감을 얻은 건 아닐까요?
 
목숨에 대한 위협이나 집착 없이 자라 생존에 대해 소중함을 잊었고

삶이 치열하지 않을 때 오는 공허함을 안고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세대가 나의 세대다.

왜 살아있는 것인지, 왜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이 고민하는 우리를 두고 배부른 세대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의 세대는 배부른 가난함을 간직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의 사람과 소통한다고 말하는 시대에서 사실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감을 안고

목표가 없지만 주저앉을 수 없는 채 앞도 보지 못하고 마냥 뛰기만 하는 세대다.

-후카세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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