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내달 일몰을 앞둔 가운데, 찬반양론이 성명전으로까지 확대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합산규제는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상 케이블TV와 IPTV 등 특정 유료방송사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로, 오는 6월 27일 자동 폐지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케이블TV업계가 합산규제 연장에 대한 입법이 해당 상임위 공전으로 미비한 상황이고 특정사업자, 즉 KT의 독과점 우려 등을 이유로 합산규제를 2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가 성명을 내고 정치권에 합산규제 연장 반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측 입장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언론노동조합 KT스카이라이프지부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합산규제 이후, 3년간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50만명 순감 하는 등 회사가 성장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합산규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위성방송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조합은 이어 “3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했던 케이블TV업계는 그동안 어떤 투자와 혁신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라면서 “투자와 혁신보다 경쟁사업자의 발목 잡기에 몰두한다면 2년을 더 연장한들 그들이 누렸던 과거 호시절은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합은 아울러 “합산규제 족쇄를 채워 놓고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다시 2년의 규제 연장을 한다면 위성방송은 유료방송 사업자로서 가치가 완전히 상실될 것”이라면서 “3년 동안 시행해서 문제점만 확인한 합산규제는 원안대로 일몰돼야 한다”고 정치권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인 KT는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합산규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구성과 지방선거 등 정치적 현안 때문에 합산규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일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경쟁이 활성화된 현재 유료방송 시장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합의한 대로 현행법상 일몰시점인 6월 폐지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케이블TV업계도 국회를 상대로 성명을 낼 계획이다. 국회에서 논의 자체도 하지 못하고 합산규제 일몰을 지켜볼 수는 없다고 판단, 강수를 두기로 했다.
김성진 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유료방송 업계의 가장 시급한 사안을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면서 “조만간 국회에 성명을 내 합산규제에 대한 입법 미비와 협회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KT그룹의 지배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유료방송 2017년 하반기 가입자 수 조사·검증 및 시장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산한 가입자 수는 957만9081명이다. 점유율은 30.54%로, 합산규제 상한선인 33.33%까지 약 2.8%p(포인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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