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남북 정상회담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처음 열린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이뤄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공개서한을 김 위원장에게 보낸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측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내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소는 춘추관 브리핑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행원을 최소화한 채 차량 편으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을 처음 방문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색 벤츠 전용차를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에 도착했으며, 경호원과 수행원이 탄 차량 4대가 앞뒤에서 이를 호위했다.
통일각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남측 지역의 평화의집과 거의 마주보고 있다. 1985년 화강암으로 지어진 단층 건물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이 열리던 곳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통일각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다.
붉은색 카펫이 깔린 통일각 현관 좌우에는 북한군 병사 20명가량이 소총을 들고 도열해 있다가 문 대통령이 통일각 안으로 이동하는 순간 '받들어 총' 자세를 취했다.
맨 바깥쪽 병사는 의례용 검(劍)을 들어 문 대통령에게 경례하기도 했다. 북측이 약식으로 의장대 사열식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통일각 로비에서 기다리던 김 위원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한 달 만에 만난 두 정상은 서로 오른손을 맞잡은 채 서서 반가운 얼굴로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두 정상은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곧바로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두 정상의 옆에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대남 담당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만이 각각 배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 이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서훈-김영철 라인’이 즉시 가동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김 위원장과 공유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되면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한 만큼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사이의 견해차를 줄이는 데에도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간 신경전으로 불신이 쌓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이 대미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적극 제안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을 배웅하는 김 위원장의 표정은 밝았다.
귀환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차량 앞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가며 세 번이나 힘을 줘 포옹했고, 문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김 위원장 등을 토닥이며 작별 인사를 했다. 이때 시각이 오후 4시 50분께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며 "내일 발표키로 남북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양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북측도 같은 시각 회담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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