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혼돈에 빠진 강남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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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5-2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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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추진 여부 두고 조합원 간 균열음

  • 서초구 아파트값 1년 3개월만에 하락 전환

지난 24일 열린 반포현대 조합원 정기총회는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두고 조합원 간 대립각을 세우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윤주혜 기자]


강남 재건축 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이 던진 '불확실성'이 커지자, 재건축 추진 여부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추진 속도가 더뎌지거나 불투명해지는가 하면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조합들은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 며 연대해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27일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5% 떨어지며 5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초구 아파트값은 1년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포현대에서 시작된 재초환 부담금에 대한 여파가 강남권 전(全) 재건축 단지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부활한 재초환 부담금(예정액)을 첫 순으로 통보 받은 반포현대 아파트는 예정대로 재건축을 추진키로 했으나 조합원 간 균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열린 반포현대 조합원 정기총회는 오후 7시 30분에 시작돼 밤 11시쯤 돼서야 끝났다. 서초구청은 조합 예상보다 16배나 많은 1억3569만원(가구당)에 달하는 부담금을 통보했다. 부담금 폭탄에 조합원들은 재건축 추진 여부를 두고 갈등을 보였다. 의견이 한데 모이지 않자, 한때 조합원들이 격앙되기도 했다. 총회에서는 지하 3층을 내는 설계변경을 포함해 총 4가지 안건이 올랐고 모두 원안이 통과됐으나 평소 95%에 달했던 찬성률은 이날 66%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건축 추진에 반대하는 한 조합원은 “멀쩡한 아파트를 빚지면서까지 재건축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을 표했다. 반면, 재건축 조합에 찬성하는 조합원은 “조합 전체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며 “어디나 반대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조합 간 갈등은 재건축 추진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며 “반포현대는 추후 재건축 대단지들이 겪을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총회에는 동사무소 직원이 찾아올 정도로 서울시에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문제는 역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매번 ‘냉탕·온탕’ 식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점이다. 반포현대를 중심으로 “주변 재건축 아파트는 죄다 돈 받고 재건축을 했는데, 우리만 억대에 달하는 돈을 내게 생겼다”며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다. 2006년 처음 도입된 재초환은 2012년까지 적용되다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예됐고, 올해 1월 1일 다시 부활했다. 

 재건축조합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서울 전역 36개 재건축·재개발 조합으로 구성된 ‘서울, 미래도시 재개발·재건축 시민연대’(이하 서미연)가 공식 출범했다. 서미연 출범식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하는 보유세는 놔두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먼저 도입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역 간 갈등도 보였다. 강남에서 거둔 재초환 부담금을 낙후된 강북 지역 개발 비용으로 쓰겠다는 한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강남 돈을 왜 강북에 써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16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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