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1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살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연출 안판석, 이하 ‘예쁜 누나’)는 정해인을 확고한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가게 될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은 게임회사 기획 겸 캐릭터 디자이너 서준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준희는 정말 멋있는 남자예요. 사랑밖에 모르죠. 어쩌면 준희 캐릭터는 판타지일 수도 있어요. 저랑 준희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진지하고 진중하다는 거?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누나와 세상을 버텨왔잖아요. 어린 나이부터 조숙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저 역시도 부모님이 맞벌이하셔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라 불렸는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비슷한 것 같아요. 또 둘 다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거? 하하하. 저도 재미없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도 준희는 저보다 위트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랑에 있어서는 배울 점이 많이요. 준희는 저와 동갑내기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어른인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사랑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정말 배울 점이 많았죠. 우리 드라마의 15회, 16회를 보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준희와 진아(손예진 분)는 다른 선택을 하잖아요. 그런 갈등이 일어나는 걸 보면서 표현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정적인 순간, 용기가 필요해요. 준희를 통해서 그런 점들을 깨달았어요.”
정해인은 톱배우 손예진과 첫 연기 호흡을 앞두고 “부담스럽고 떨렸다”고 말했다. “첫 주연작인 데다가 상대 배우가 손예진이라는 것”에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저는 경험이 너무 부족하잖아요. 예진 선배가 쌓아온 연기적 커리어에 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 때문에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어색함이 묻어났고 초반 촬영을 마치고 (손예진) 선배님께서 ‘해인아, 너는 준희 자체니까 좋으면 좋은 대로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연기하라’고 해주셨어요. 그 조언이 촬영 내내 큰 힘이 됐죠.”
연기하는 동안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정해인. 그는 선배 연기자 손예진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간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존경스러운 부분들이 있어요. 연기도 연기지만 현장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셨죠.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현장 스태프 모두를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도 있었고요. 웃음도 많으셔서 현장에서 내내 웃음이 터졌어요. 그거 참느라 정말 힘들었거든요. 선배님이 또 개그 본능이 있으셔서, 풀어지는 장면이 있으면 장난을 치려고 하시는데 그런 모습들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풀어준다는 느낌이 있었죠.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주연배우로서 해야 할 몫이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배웠어요.“
손예진과의 작품은 정해인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주연배우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나 태도 등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손예진 선배님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전과 후로 나뉜다”며 만날수록 ‘진국’인 손예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TV나 영화로 만난 손예진 선배님은 그야말로 최고의 배우잖아요. 아무래도 첫 만남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죠. 조금 무섭다고 해야 하나? 어렵기도 했는데 그 생각이 산산조각 났어요. 촬영 전 식사를 함께했는데 너무 털털하고 저를 존중해주시니까. 알면 알수록 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손예진의 매력은 정해인을 ‘예쁜 누나’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멜로 감정은 예진 선배님에게 많이 도움받았죠. 가끔 대본을 보면 지문만 있고 행동 같은 것들이 자세히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예진 선배님과 함께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어떤 눈빛, 행동들이 나오더라고요. 연기할 땐 몰랐는데 방송을 보고 확인할 때가 있었어요. 예컨대 진아가 출장 갈 때 차 안에서 그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정말 푹 빠져있더라고요. 선배님께서 ‘네가 날 저렇게 보고 있었어?’라고 말할 정도로요. 그만큼 푹 빠져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유독 ‘예쁜 누나’의 주연배우 손예진과 정해인은 “실제로 사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많이 받아왔다. 정해인은 “제겐 가장 큰 칭찬”이라고 대꾸했다.
“실제로 사귀는 게 아니라면 이참에 사귀어보라는 이야기도 들어봤어요. 그럴 때마다 기분 좋아요. 하하하. 순간마다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진심을 보여드리려고요.”
앞서 언급한 대로 정해인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부터 2018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까지 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다. 1년여 만에 ‘라이징 스타’에서 ‘대세 배우’로 거듭난 셈. 정해인은 “전보다 더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기도, 연기 외적인 행동이나 말까지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의 좋은 평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요. ‘대세 배우’라는 말은 정말 감사하지만 두려운 말이기도 해요. 가끔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기도 하고요. 저를 작아지게 만드는 단어 같아요. 사실 어떤 훌륭한 배우더라도 항상 대세일 순 없잖아요. 이 호칭이 거품이란 걸 알고 있거든요. 맥주도 10분 만에 거품이 사라지듯 (대세 배우라는 호칭에) 사로잡히면 본질을 잃기 마련이에요. 좋은 연기로 보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러면서 정해인은 최근 논란이었던 2018 백상예술대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상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정해인이 센터를 차지, 동료 연기자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진 것이다.
“과분한 상을 받아서 너무 긴장한 상태였어요. 더군다나 그런 큰 시상식은 처음 참가한 거거든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장난 아니더라고요. 사람들도 많고 선배님도 많이 계시는데 정말 긴장됐어요. 주변을 둘러보고,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죠.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어요. 더 주의할 생각입니다.”
정해인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전히 ‘대세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과 고마움 등 복합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고 계시잖아요. 책임감을 느끼고 연기해야겠다고 느끼고 있어요. 배우는 다른 직업과 달리 명함이 없잖아요. 연기가 바로 명함인 것 같아요. 배우들도 일종의 서비스직인 것 같으니까. 좋은 연기를 통해 좋은 서비스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저희 맡은바 숙명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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