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이 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금리상승이 지속되는 데다 대출이 꾸준히 늘어난 영향이다. 이자 이익은 전체 수익의 90%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비이자 이익 비중이 전체의 30~50%에 달할 정도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국내 일반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39조2515억원으로 전년대비 4.2% 늘었다. 매년 1조~2조원씩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은행의 이자이익은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이자이익으로 배불릴 수 있는 데는 예금과 대출 간 금리 격차인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벌어지기 때문이다.
잔액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1분기 2.35%포인트로 2014년 3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2016년 3분기 2.14%포인트까지 내려갔지만 같은해 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해 6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사는 국내 은행과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미국의 4대 은행 중 한 곳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9억 달러(한화 7조410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8% 급증했다.
수익 개선의 주된 요인은 금리 상승과 경기 호황이지만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국내 은행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BoA의 이자 이익은 116억 달러로, 비이자 이익(115억 달러)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성장분야 집중투자에 힘쓴 결과다. 개인기업금융(90억 달러)이 가장 높은 수익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산투자 운용(49억 달러)과 글로벌 금융(49억 달러), 글로벌 시장(41억 달러) 등이 고른 분포를 보여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도 아시아 지역에 집중한 결과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HSBC는 지난해 세전이익 172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142%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증가한 이익 가운데 153억 달러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전년대비 90% 가까이 증가한 실적이다. HSBC가 최근 몇 년 사이 사업의 중심을 아시아로 돌린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일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와 미쓰이스미토모가 각각 지난해보다 6.8% 증가한 9896억엔, 3.9% 증가한 7343억엔을 기록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얻은 결과다.
현재 일본 은행은 예대마진 축소 탓에 이자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데다가 고령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MUFG는 그룹의 자산관리부문을 통합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 대출 비율도 2012년 10%대에서 30%대까지 늘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대형 금융사들은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어 웬만한 외부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금융보다 기업금융, 고객자산관리, 글로벌 투자 등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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