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28일 급제동이 걸렸다.
당초 지난 24일 김 후보가 "(신념 등이) 큰 틀에서 같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발언하는 등 물밑 교류가 활성화 되는 모양이었지만, 안 후보가 '표심에 의한 단일화' 이상을 언급하지 않으며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날 김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 안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여했다. 두 후보는 토론회에서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김 후보는 "단일화 이야기가 보도되는 것을 보니 제 뜻과 달리 보도될 우려가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단일화 이야기를 아무리 기자들이 물어도 거기에 대답하면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일화 쪽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다만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하느냐'는 질문엔 "제로(0)라는 것은 정치에서 잘 없지 않느냐"고 여지를 뒀다.
김 후보가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안 후보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 등을 언급하며 공감대를 만드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 후보는 '표심에 의한 단일화'만 언급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는 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며 "안 후보가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데, 거꾸로 제가 들어가려고 한다는 오해가 일어나고 해서 안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또 "제 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자유 민주주의 정당 전체의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선거에서만이 아니라 각종 정책에서도 자유 시장경제, 자유 민주주의를 중심하는 자유 대연대를 한국당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중에 안 후보가 속한 바른미래당도 포함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6·13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의 공통점을 찾고 이후 통합 등을 모색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새누리당·바른정당 출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의 공통점을 자주 언급한 것도 이런 계산의 연장 선상으로 읽힌다.
반면 안 후보는 이날도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저야말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김 후보는 확장성이 극히 제한돼 있어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유일하게 과거 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한국당과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지난 7년간 일관되게 기득권 양당과 싸워왔다"며 "저는 절대로 이 길을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 발언의 배경엔 자신감이 깔려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TV토론회 등이 이어지면 자연스레 유권자의 표심이 자신에게 모일 것이라는 계산이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단일화 논의 보다는 야권의 표심을 자신에게 모으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김 후보에게 압박이 될 것으로 안 후보 측은 보고 있다.
안 후보 측 또한 선거 말미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국민의당 출신인 박주선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과 당 차원 연대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공동대표는 "저희 당은 이념의 벽을 허물어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융합하는, 중도개혁실용을 목표로 하는 대안 정당으로 출범했다"며 "저희 당은 한국당을 대체하고 또 민주당,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이탈하는 민심을 수용하는 대안정당의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당 차원의 한국당과 연합이나 연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 또한 "바른미래당은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중도개혁 정당이다"라며 "한국당은 청산의 대상, 극복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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