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등 일부 의원은 개정안이 "줬다 뺏는 최저임금법"라며 부결을 호소했지만, 끝내 통과를 막진 못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 25% 초과분(올해 기준 39만 3000원)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11만원)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재석 의원 1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24명, 기권 14명이다.
이날 본회의장에선 법안 표결에 앞서 1시간가량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반대 측엔 정의당 이정미·윤소하·심상정 의원과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나섰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찬성 의견을 냈다.
첫 토론자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간사인 이정미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법을 정할 때 속도나 방법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시민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는 방향은 다를 수 없다"며 "저는 이 법안의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연봉 2000~3000만원 받는 저임금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여기 계신 의원님들께 10만원은 한끼 식사비일 수 있지만 그분들에겐 자식들의 학원비고 급식비다. 절박한 임금을 그렇게 쉽게 결정해야 되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오늘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40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숨통을 막는 것"이라며 "그들 모두 더 나은 삶을 살자고 촛불을 들고 이 정부를 만든 사람들이다. 부디 오늘 이 안을 부결시켜주시고 다시 머리를 맞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윤 의원은 "그토록 교섭단체 간사 간의 합의와 논의를 존중한다는 국회에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간사인 이정미 의원을 제외하고 일방적·날치기식으로 개정안을 통과했다"며 "이를 마치 여야가 합의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회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왜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 소상공 자영업자간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나"라며 "국회가 해야 할 건 '줬다 뺏는 최저임금법' 통과가 아니라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단가 후려치기, 프렌차이즈의 갑질 횡포를 막는 법안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개정안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현재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반영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랐다" 며 "중소사업장에서 (임금) 지급 능력 부재로 인한 폐업과 고용 축소 등 악재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방치해야 되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이 통과되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삭감되는 부분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상여금이 큰 사람이 최저임금 혜택을 받는 특혜를 방지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최소화하면서도 부작용을 해소하는 실질적 조치"라고 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가 해야 한다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선 "최저임금위가 산입범위를 논의했지만 결국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최저임금위에서 가져간들 합의 못 하면 내년엔 조정조차 못 한다. 최저임금위에 맡겨달라는 건 오만"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서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비율은 내년부터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줄어 2024년에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최저임금에 들어간다.
개정안은 또 기업이 노동조합의 동의없이 취업규칙을 바꿔 격월이나 분기별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월별로 쪼개더라도 근로자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도록 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