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남북은 각각 다른 농지 규제를 적용해 왔다. 남한은 전 국토에서 대농장주들의 비중을 줄이고 소작을 금지하는 '경자유전'(耕者由田)의 원칙을 적용해 왔다. 반면 북한은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는 공산주의 영농 체제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농법(農法)에 있어서는 남과 북이 큰 차이를 띠지 못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뿌려 생산량 극대화를 도모하는 '투입농업'이 성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력(地力)이 감소하고 환경이 오염되는 등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남이나 북이나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먹고 사는 것'이 환경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가꾸는 것보다 훨씬 우선시될 수밖에 없었다.
무작정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보자는 한반도 농업의 비극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땅이 안동댐 일대의 농경지다. 이 일대는 수몰민들을 배려하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홍수조절용지(저수율이 낮음을 고려해 만들어진 댐내의 하천부지)에 경작을 허용하면서부터 농사가 시작됐다. 모 매체에 따르면 안동댐 내 경작 규모는 축구장의 약 222배(약 76만 평)에 이른다고 한다. 밭과 논을 포함해 약 30~40여 가지의 작목이 재배되는 어마어마한 땅이다. 그 중에는 고향으로 돌아온 수몰민들이나 안동 지역 주민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지인이라고 한다. 이들이 안동댐 내 농경지에 뿌리는 비료, 퇴비, 농약 등은 봄철과 가을철 녹조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물고기 폐사도 비료나 농약 등으로 인한 유기오염물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혹자는 이 행위를 가리켜 '야만에 가까운 농업 행태'라고 규탄한다. 가슴아픈 이야기다. 땅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물을 가꿔 나가야 할 농업인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여기에는 또 다른 구조적 원인이 숨어 있다. 지금껏 안동댐 내 경작자들이 방만한 농업 행태를 일삼도록 방치한 수자원 공사와 환경단체들이다. 환경오염에 관한 한 가장 전문가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이, 비료와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에 대해서는 질끈 눈을 감은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안동댐 오염을 막기 위해 청보리 밭을 심고, 생태공간을 꾸리는 것을 대안으로 내놨다. 또 친환경 부유물 퇴비를 뿌려 오염을 막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환경 퇴비를 뿌리는 것도 부영양화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안동지역 환경단체들은 이 문제를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환경 운동가들은 "안동 지역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계속 알리고, 시 관계자나 수자원공사가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안동호 문제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높여 왔던 환경단체들은 불법 농경지와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하고 있고, 80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영풍 석포제련소만 문제를 삼고 있다. 환경과학원의 연구 결과나 환경청의 연구 결과는 아랑곳하지 않는 느낌이다.
이 와중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동시장 후보들은 안동호 주변의 '환경보전지역'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드론 비행장, 공원, 테마파크 등 각종 친수공간을 이용한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수변공간을 한껏 개발한 후에 안동호 오염 원인은 멀리 떨어진 공장에 떠넘기면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농민이 '무지해서' 그렇다고 욕하는 시선을 그대로 방치하면 답이 나오는가. 하루빨리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농경지로 인한 안동호 오염 문제에 대해 답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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