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리더십은 과거와 달라야 합니다. 지금은 부드러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장미경 NH농협은행 자금운용부문 부행장은 최근 본지와 만나 "요즘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성장 과정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며 "과거처럼 상명하복을 강조하면 조직은 굴러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부행장은 단순히 지표를 나눠주고 실적을 평가하는 대신 게임 형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재미를 주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평적 리더십이 조직 내 소통을 활성화하고 창의력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한 데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영향을 미쳤다. 항상 '최연소' 그리고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함께였던 장 부행장은 "최연소라는 부분에서는 참신성과 혁신성을, 여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여성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를 자극해야 했다"며 "섬세함과 포용력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걸음'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 있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때문에 오히려 이를 악 물었다. 그는 "남자가 수십명 있는 공간에 여자는 나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며 "남자와 똑같이 일하면 밀릴 수밖에 없어 항상 1.5배 이상 노력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200여명의 전체 팀장 가운데 여성은 장미경 부행장 혼자였다. 자칫 후배들의 길을 막을까 부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장 부행장의 노력과 성과 덕분에 현재 본부 여성 팀장은 20여명으로 늘었다.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여풍'의 혜택을 받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장 부행장은 "승진이 빨랐고 그만큼 희소성이 있었다"며 "관심에서 벗어나면 밀리기 마련인데 오히려 주목 받으며 혜택을 볼 수 있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워킹맘'으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았지만 삶의 요령이 생겼다고 전했다.
장 부행장은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스스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여러 생각 않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성격 덕분에 회사에서는 업무, 집에서는 집안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일부 워킹맘들에게도 "엄마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아이 인생 전부가 망가지진 않는다"며 "아이를 양가 부모님,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 스스로도 두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있다. 그는 "혹시 내가 조금 더 관리를 잘 해줬다면 딸이 120%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90%밖에 못 키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의 위치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의 이해와 성취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장 부행장은 "딸들이 이 자리에 오른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한 삶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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