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면 종전(終戰)선언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을 곧바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로드맵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합의→남·북·미 3자 회담으로 종전 선언→남·북·미·중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이다.
먼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안보 우려 해소라는 두 핵심의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은 북미 양측에 일종의 보장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라는 문구가 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조치를 비핵화와 동시적으로 시작한다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핵무기 반출 등 디테일한 의제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풀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 간 ‘세기의 핵 담판’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연내 추진키로 한 종전선언 시계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싱가포르에서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13일에는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열려 종전선언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흔들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라는 커다란 성과를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다만, 백악관·국무부 등 미국 행정부 내 강경파 참모들은 종전선언이 아무런 대가 없이 한반도에서 대북군사옵션을 철수한다는 의미나 다름없다며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향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문제를 적극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어선 안 된다는 게 미 강경파들의 의중이다.
중국 역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의제로 한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차이나패싱’이 현실화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과 우려를 갖고 있다. 미중 패권이 걸린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중국으로선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을 제외하고 남북미 종전선언을 우선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했을 때만 가능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한반도 정세를 지켜보며 이끌고 가야 한다는 속마음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 달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종전선언 시점과 장소가 싱가포르 회담 직후가 될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다른 장소에서 열릴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상징성이 큰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6월 13일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간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2년 내에 비핵화를 완전히 하겠다는 시한을 약속받으려고 할 텐데, 그러려면 종전선언도 빨리 하고 평화협정 체결 준비, (북미)수교로 넘어갈 수 있는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 다음날인) 13일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이 제외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중국과 협의를 마쳤을 것으로 봤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와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얘기했다”며 “아마 그것은 한미 간 합의뿐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 중국과도 얘기가 됐을 것”이라고 봤다.
정 전 장관은 현재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소외돼 있는 일본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전 장관은 “한반도에 가장 민감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일본이 완전히 대문 밖에 있으니까 조바심이 났다”며 “(일본이) 미국한테 매달려서 북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다리를 놔주는 것이 앞으로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방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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