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新남방정책] 금융 불모지 ‘동남아’ … 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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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8-05-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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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부 격차 크고 금융 산업 발달 못해 소액대출시장서 수익 '짭짤'

롯데그룹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수년간 공 들여 건설한 초고층 복합쇼핑단지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 롯데카드는 최근 베트남 소비자금융 회사 '테크콤파이낸스'를 인수해, 마이크로파이낸스 및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진=롯데자산개발 제공]


동남아시아가 국내 금융사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더불어 금융사들의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금 위주 지급결제 문화와 예‧송금 시스템이 사실상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은 마이크로파이낸스 전략을 선택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소액대출, 보험,예‧송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미얀마‧라오스 등은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어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더 효과적인 진출 방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현금 결제가 지배적인 금융 변방 '동남아'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현금 결제가 지배적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중앙은행을 제외하면 민간 금융사는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 국민이 제도권 금융사를 이용하지 못하고 특히 지방 거주자들은 개인 대출사업자 등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한다. 은행 문턱이 높아 소액대출 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은행‧신용카드 사업까지 진출할 수 있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캄보디아 최대 은행인 'ACLEDA'조차 처음에는 마이크로 파이낸스로 시작했다는 점을 국내 금융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캄보디아 금융업은 크게 은행과 마이크로 파이낸스로 나뉜다.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지난해 총 대출액은 20억1700만달러로 최근 4년간 4.8배 늘어났을 정도로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부실대출 비율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지난해 기준으로 0.6%에 불과해 리스크 관리도 잘 되고 있다는 평가다.

◆ 동남아에 '올인'하는 금융사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도 왕성하게 진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7년 국내 은행 해외점포 영업실적 및 현지화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아시아 지역 점포수는 129개다.

여기서 중국(16곳), 인도(15곳), 일본(8곳) 등을 제외한 동남아 점포수는 90곳에 이른다. 전체 글로벌 점포 185곳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이 19곳으로 가장 많다.

아세안(ASEAN) 10개국 인구는 현재 6억명을 넘어 잠재 고객수도 많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 지역 국가들이 향후 10여 년간 연평균 6%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신용카드사들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 지분 100%를 인수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한 진출은 더욱 두드러진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의 해외법인으로 유한회사신한파이낸스(카자흐스탄), 신한인도파이낸스(인도),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를 출범시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KB금융 역시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에 마이크로파이낸스 인수를 했다. 우리은행도 우리카드를 통해 미얀마에 투투마이크로파이낸스를 운영 중이다.

◆ 고금리 사채 비판에 사업 위기도 우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국가 간 신뢰 문제가 금융 협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복병도 대비해야 한다. 태국 정부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금융사들이 철수한 것과 관련해 반감이 커 2020년까지 한국의 은행 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사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내부 출혈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남아 있다. 또 은행들이 동남아의 높은 진입요건을 피해 주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 형태로 진출한 것에 대해 '고금리 사채'와 다름없다는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때 금융사 진입요건 완화 조항을 협상 대상에 넣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하는 등 동남아 진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하지만 태국 정부의 반감을 교훈 삼아 동남아 지역 진출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섣부른 투자로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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