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찾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낙원악기상가에서는 '노화'를 테마로 연말까지 전시, 워크숍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첫 프로그램으로 낙원악기상가 4층 전시공간 d/p에서 수집가 이경숙씨가 독일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350점 정도의 물품을 모아 '노화에피소드 1. 수집가' 전시회를 오는 6월 16일까지 연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30년간 생활했던 이경숙씨는 2년 전 독일 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그는 매주 토요일 현지 벼룩시장에 가서 물건들을 샀고, 그것을 컨테이너 8대에 나눠 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중의 10~20% 정도를 진열했다.
1968년도에 지어진 낙원악기상가에서 '노화'를 주제로 삼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로구가 서울에서 가장 올래 된 지역이면서 노인들을 위한 놀이문화 공간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건물 4층에는 실버영화관, 안산명화극장, 낭만극장 등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 시설이 들어차 있다.
이민지 큐레이터는 "물건이나 건물이 낡고 남이 살았던 흔적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시리즈 안에서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며 "오랜 시간 동안 소중하게 수집해온 물건들과 함께 수집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여성은 어떻게 늙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두 번째 목표이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여성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하는 물건들을 시간순으로 배치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밀가루 계량컵, 저울, 밀대 등이 앞 부분에 전시됐고, 삶은 달걀을 올려놓는 접시와 커피를 담는 커피잔, 빵이나 치즈 썰어서 놓는 도마, 수프를 놓는 그릇 등도 전시됐다.
중간쯤에는 바느질할 수 있는 바느질 쌈도 있다. 이후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도구들도 전시됐다.
전시물 중에는 하얀색 스티커가 붙은 물건들도 있는데, 이것은 관람객들이 구입한 것들이다.
대부분 전시 물품들이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고 유럽 전통의 디자인이 구현돼있어 인기가 높다.
3개 세트 커피잔은 7만 원 선이고, 에스프레소 잔은 4만 원 선, 대형 무늬 접시의 경우에는 10~15만 원이다.
오는 6월 9일 오후 5시에는 수집가 이경숙씨가 관람객들과 함께 시간의 흔적과 오래된 물건에 대한 의미, 기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도 운영할 예정이다.
노화에피소드 두 번째 시리즈는 안무가와 함께 9월에 선보인다. 전시공간 d/p에서는 안무가의 스크린 전시가 있고,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몸의 주름과 장소의 주름은 탐구해보는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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