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지분율 0.45%) 매각을 결정했다. 총 1조3851억원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승인 심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맞닥뜨린 과제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신호탄에 불과할 수 있다. 향후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 연결고리가 끊어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그러나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이 같은 구조가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가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의 지분을 사모아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번 정부가 '재벌 개혁'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 문제를 어떤 형식으로든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 삼성금융계열사가 단기간에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은 30조원이 넘어 한꺼번에 해소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정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오버행 문제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며, 주주들과 마찰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의 비금융계열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비금융계열사 지분 처분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과거 유배당 보험 상품 가입자와 나누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유배당보험은 보험료 운용에 따른 이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한 상품이다. 삼성생명이 비금융계열사 지분 처분으로 발생한 투자이익을 유배당 보험 가입자에게 얼마나 배당할지는 만만치 않은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삼성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할 것 같다"며 "다만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너무 어려워 고려할 점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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