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간 무역전쟁 재점화 조짐이 감지된 상황에서 중국이 소비재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했다. 3차 무역협상을 앞두고 내보낸 화해의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사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의류, 세탁기 등 일부 소비재 관세를 오는 7월 1일부터 50% 이상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수입산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관세율은 기존의 20.5%에서 8%로 대폭 낮춘다. 의류·잡화, 주방 및 헬스케어·스포츠 제품에 부과됐던 관세율은 15.9%에서 7.1%로 인하된다. 수산물, 광천수 등 가공식품 관세율은 15.2%에서 6.9%로, 화장품과 일부 의약품은 8.4%에서 2.9%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한층 다양해진 중국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돌변한 미국에 보낸 화해의 손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젠핑(張建平)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지역경제협력연구센터 주임은 "새로운 시대에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면 좋은 제품을 수입해 소비자의 새로운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당국이 관세를 대폭 인하한 것은 더 많은 수입 제품이 중국 시장에 들어와 소비자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필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내수 증대는 물론 관련 산업발전, 경제성장 촉진 등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화해의 물꼬를 튼 지 열흘 만에 돌변한 미국에 '맞대응'하지 않고 중국은 여전히 화해의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29일(현지시간) 중국 첨단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기존 계획대로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2차 무역협상에서 '상호 관세부과를 중단'하기로 한 합의를 뒤집은 것으로 중국은 "명백한 합의 위배, 중국은 그 어떤 공격에도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하지만 내달 초로 예정된 3차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일단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좀더 공정·투명·편리한 외국기업 투자환경을 조성해 전면적 개방을 추진하고 중국을 해외자본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시키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이를 위한 조치로 시장 진입기준 완화를 언급하고 중국은 이미 자동차, 조선, 항공기 등 분야의 외자진입 제한 철폐의 약속을 이행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투자 원활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중국 국무원은 오는 7월 1일 외자진입 블랙리스트 수정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10억 달러 이하 단일 투자 외자기업의 설립 등을 성(省)급 정부 당국이 승인하고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외 인재가 중국에서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승인 절차도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신용대출, 토지이용, 사회보험 등 관련 정책을 개선해 기업 비용을 낮추고 중·서부 지역과 현대농업, 생태환경건설, 선진제조업, 현대서비스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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