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사·게임·포털 등 근로시간 단축 마련에 분주...워라밸 정착에 따른 노동환경 개선 기대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게임, 포털 등 ICT 업계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통사 가운데 SK텔레콤은 지난 4월부터 자율적 선택근무제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직원 스스로 총 80시간 범위 안에서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제도)과 '슈퍼 프라이데이(매월 세번째 금요일 오후 3시 조기 퇴근)'를 도입했다. KT는 3월부터 '9시출근 6시퇴근(9 to 6)'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근로시간 관리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했다. 고객접점 영업·개통·AS 등 직군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부터 '시차출근제(7가지 근무형태에 따라 출근시간 조정)'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주요 게임사들도 올 초부터 잇따라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엔씨소프트는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해 설정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제(하루 9시간 근무)'를 3월부터 시행중이다. 넷마블도 3월부터 한 달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점심시간 1시간 포함) 5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넥슨도 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스마일게이트, NHN엔터테인먼트, 블루홀, 컴투스 등 다른 300인 이상 게임업체들도 각사에 맞는 근무제도 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포털사는 이미 3~4년 전부터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근무시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오전 7~10시 사이에 출근해 자유롭게 근무를 조정하는 '책임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카카오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상태다. 특히 네이버는 최근 사원협의회를 열어 근로자가 주중에 하루 8시간을 자유롭게 골라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결정했다.
다만 밤샘 근무가 많은 ICT 업종 특성상 이 같은 근로시간 단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획일적인 적용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대폭 확대하고,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도 현행 2주일~3개월보다 최소 6개월~1년까지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SW 업계는 사업의 품질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 후반 단계와 후속작업 등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통사 대리점 종사자들의 경우 고객 가입용 전산네트워크 운영시간(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을 감안했을 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판매실적 감소와 급여하락을 우려한다.
게임 업계에서도 개발사들의 경우 대형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고강도 근무체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데다가, 게임 출시 이후 서버 관리 문제 등 게임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근무 시간을 정해진 틀에 맞추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털 업계 역시 실시간으로 뉴스와 댓글 등을 관리하고 서비스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효석 LG유플러스 인사담당 상무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당사는 이미 주 40시간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주 40시간이 시행되더라도 퇴근 이후에 삶을 풍족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 의의가 퇴색하는 만큼, 퇴근 이후의 삶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SW산업협회 관계자는 "최소 6개월 단위로 선택적,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단위 기간을 현 최대 3개월에서 확대해야 한다"며 "대국민 서비스나 국가안보 등 생활에 밀접한 IT시스템 장애대응 업무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예외업무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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