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동결’ 외치는 자동차‧조선업계… 올해 임단협도 '난항'

현대重 수주부진에 일감공백, 현대車영업익 줄며 경영난… 노조 반발 불가피

지난 5월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현대차 노사가 2018년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 동결’을 내걸고 노동조합 설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대표 강성노조 사업장으로 꼽히는 두 회사가 노조의 강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임금 동결’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와 조선업계는 업황이 나빠지며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의 생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만큼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동결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큰 상황이다.

◆ “고정비 부담에 회사 흔들려”… ‘임금 동결’ 내세운 현대중‧현대차

현대중공업 노사협력팀은 지난달 31일 사내소식지를 통해 “내후년까지 임금인상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노사협력팀은 “매출감소에 따라 고정비 비중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물량확보도 이익실현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2016년 조선 빅3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이후 2년간 현대중공업은 기본급에서 호봉승급분 4만6000원을 인상했고 527%+450만원의 성과‧격려금도 지급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임금동결은 물론 임금 일부반납도 받아들였고 성과금과 격려금 역시 일절 받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임단협에선 기필코 임금 동결을 이뤄낼 방침이다. 또 기본급 20% 반납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돌입한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은 임금동결과 기본급 20% 반납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임금동결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은 올해와 내년이 ‘보릿고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2017년 수주 부진으로 인한 조선업 일감부족이 본격화하는 시기이고 특히 해양사업부의 일감이 완전고갈돼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강환구 대표이사는 최근 담화문을 통해 “7월 말 인도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나스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양 야드(작업장)에 일감이 바닥난다”며 “조만간 새로운 공사의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착공하기까지 일감 공백은 피할 수 없어 무척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올여름 휴가 이후 해양플랜트 인력 3600명이 ‘유휴인력’이 되는 셈이다.

임금동결을 추진하는 것은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올해 임금 인상은 절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27일 하언태 울산공장장 등 회사측 임단협 교섭팀에게 ‘임금 동결’을 최우선 과제로 한 임금 협상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우리나라 최대 강성노조로 평가되는 현대차 노조에 회사 측이 ‘임금 동결’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차 역시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5% 감소한 6813억원을 기록했다.

◆ 노조는 여전히 임금인상 요구… 임단협 어려울 듯

업계에서는 임금동결을 선언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올해 임단협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임금 동결에 대한 노조측의 반발이 불 보듯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위기에 처한 회사 노조들은 회사가 존재할 때 조금이라도 더 챙겨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다”며 “금속노조 등 상위 단체에 묶여있는 회사 노조의 경우 자의적으로 임금 동결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임금동결 요구와 상반되는 요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이 담겼다. 현대차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문제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다. 많은 자동차‧조선업체가 임단협 시각차가 크다. 지난 3년간 임금 동결 해온 대우조선 노조도 올해는 기본급 4.11% 인상 등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0%의 임금반납을 추진하는 사측과 대조된다. 삼성중공업도 3년간 미뤄온 임금협상을 올해 실시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철수 위기에 놓였던 한국GM이 임금동결을 포함한 임단협을 이미 타결했지만 남은 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먼저 기아차는 형제사인 현대차 임단협의 영향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만약 현대차 임단협 타결이 불발될 경우, 기아차의 임단협 타결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는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가 아닌 개별노조라 현대·기아‧한국GM에 비해 수월하게 임단협 교섭을 타결해 왔지만 올해는 안심할 수 없다. 르노삼성 노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분규 교섭을 이어가긴 했지만 지난해 1차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9월 말까지 타결이 미뤄지는 진통을 겪었다. 쌍용차도 올 1분기 312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고정비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대우조선 등 강성노조는 결국 회사가 정말로 망하기 직전에야 임금동결을 받아들였다”며 “회사의 경영위기가 닥쳐올 때 이에 노조가 공감하고 어려운 상황을 함께 타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