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사라진 전경련, 힘붙는 경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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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 기자
입력 2018-06-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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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계 힘을 모으고 정부가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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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
 

일본 재계의 총본산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이달부터 임기 4년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71·히타치 제작소 회장) 체제에 들어갔다. 전임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전 도레이 회장)이 끈끈하게 구축해 놓은 민관(정경) 협력 관계는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나카니시 체제가 특히 주목을 끄는 대목은 아베 정부와 경단련이 손잡고 추진하는 ‘초(超) 스마트 사회(소사이어티 5.0)’를 주도해온 인물이 바로 나카니시 회장이라는 점이다.

소사이어티 5.0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이 혁명적인 변혁을 몰고 오는 시대에 일본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해 그린 사회모습이다. 산업구조 전환과 성장전략을 담은 제4차 산업혁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나카니시 회장은 장기 침체에 빠져있던 히타치그룹의 경영을 바로 세운 지도력을 보여준 터라 일본기업들이 경제 디지털화와 글로벌화에 대응토록 기업개혁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계 톱으로서 기업에 적극 투자와 사업구조 개혁을 독려해 주리라는 것이다.

일본 상장기업의 사내 유보자금은 역대 최고인 120조엔(약 1200조원)에 달해 자본효율이란 점에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투자가 중시 경영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도 나카니시 회장은 성장분야에 대한 투자 촉구를 해야 할 참이다. 자동차 자율주행과 전자상거래 등의 규칙을 만드는데도 민간 역할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규칙인 만큼 경단련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단련의 활동 가운데 재정·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뒷받침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나카니시 회장은 정권과의 협조노선을 이어가되 적당한 거리감을 갖고 경제계의 발언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지난달 31일 나카니시 회장 취임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도 “특별히 압력을 가하는 일은 없다”며 “민간의 힘을 빌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임금 인상 등 아베노믹스를 가속시키고 싶다”고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새 회장체제에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중요 과제로 잡았다. 정부에 안전보장과 경제성 등의 균형을 취한 에너지 믹스의 실현을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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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정권의 보호주의 강화추세에 경제계에 의한 민간외교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미 경영자 단체 등과의 협력강화도 ‘나카니시 경단련’의 최중요 역할의 하나로 꼽고 있다. 고용·소득환경 개선으로 완만한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는 호기를 맞아 이노베이션과 글로벌라이제이션으로 ‘풍부하고 활력 있는 나라 일본’을 만들어 가는 경제계의 모습이다.

지난 5월 9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아베 총리는 경단련 회장과, 중국 리커창 총리는 국제무역촉진위원회 단체장(경제계 대표)과 함께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을 대동했다. 상의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대신하여 한국 경제계 얼굴로 나선지도 1년이 된다. 전경련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이 중심인 상의에 사안별로 대기업이 일부 참여하기는 하지만 싱크탱크, 국내외 위상, 선도력 등에서 아직 종전의 전경련만한 역할을 쥐고 있진 못하다.

현재의 상황에서 상의를 대표격으로 키워 나가는 방안도 논리적으로 타당할 수 있지만 전경련의 축적된 실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핵심은 기관이 아니라 쇠약해진 경제계의 힘을 모으고 그 힘을 정부가 활용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경제포럼(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선언된 지 2년이 흘렀다. 지금 각국 정부의 정책은 크게 업그레이드됐고, 기업은 치열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짜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큰 변화가 목격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사상 최고의 엄중한 시기다. 이웃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관(정경) 협력 관계를 보면서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대의 정경유대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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