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3조원 규모의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국내 조선업계 '빅3'에 나눠 발주하기로 했다. 국내 해운-조선-철강 업계로 이어지는 '공생적 산업 생태계' 구축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현대상선은 4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위한 조선사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2만3000TEU급 12척 중 7척은 2020년 2분기 인도가 가능한 대우조선해양에, 나머지 5척은 삼성중공업에 각각 발주키로 했다.
미주 동안과 유럽 노선에 투입할 예정인 1만4000TEU급 선박 8척은 2021년 2분기 납기가 가능한 현대중공업으로 결정했다. 수주 척수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고, 수주 금액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높은 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각 조선사들이 제안한 납기와 선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협상을 진행했다"며 "현대상선 자체 평가위원회 및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4월 10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4개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각 조선사들과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해왔다.
현대상선은 이같은 결정 내용과 함께 건조의향서(LOI) 체결을 위한 협의 요청을 각 조선사에 통보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후판(두꺼운 철판) 가격 및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강세로 인한 원가상승 등으로 작년보다 건조 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완료해 LOI를 체결할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각 조선사와 LOI 체결 후 선박 상세 제원 협의를 진행하고 건조 선가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은 앞서 조선사들에 제안요청서를 보내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스크러버 설치 등 다양한 옵션에 대한 견적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에 발주하는 20척이 LNG전용 추진선으로 개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LN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별도의 벙커링(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 설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항만에는 이를 위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센터 본부장은 “원양 컨테이너선에 당장 LNG 추진 전용선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LNG 벙커링 핵심기술개발 및 체계구축사업' 착수보고회를 여는 등 LNG 생태계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체계구축이 완료되는 시점을 2022년으로 보고 있다. 당장 2020년부터 노선에 투입돼야 할 선박을 LNG 추진선으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의 노선에 LNG 추진선이 투입되기 위해선 우리나라 항만뿐 아니라 정박하는 외국항만에도 LNG 벙커링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황 본부장은 “현대상선이 발주하는 메가 컨테이너선의 경우 경유와 LNG를 모두 사용하는 게 가능한 ‘듀얼연료 엔진’ 형태나 향후 LNG 추진선으로 변경가능한 ‘LNG 레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3조원 규모 발주가 진행되기 위해선 자금마련 방안도 필요하다. 업계에선 다음달 설립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대상선의 선박 건조자금 마련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공사 설립은 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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