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98년과 1999년 연이어 주택경기 활성화대책과 건설산업 활성화방안을 쏟아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엔 외환위기 직후라 집값 하락이 사회문제가 되던 시절이어서 그의 말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집값을 올리는 게 당국자의 최대 정책 목표였던 셈이다.
그런데 대책의 약발이 먹혔던 것인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집값이 급등했고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부가 이번에는 주택시장안정대책과 부동산시장 안정화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사흘이 멀다하고 투기과열지구, 실거래가 과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 갖가지 규제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노무현정부 당시엔 대못규제라는 말도 나왔다. 한번 묶어놓으면 다시 풀기 어렵도록 대못을 박듯이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나타낸 말이다.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인 대못 규제다.
주택경기가 싸늘하게 식자 2010년에는 또 주택미분양 해소 및 거래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일몰시한을 연장하고 취·등록세 감면 기간도 연장했다. 집값이 오를 때 묶었던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완화책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2016년 이후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주택정책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오르면 묶고 떨어지면 풀어주는 규제와 완화 정책이 되풀이였다. 10년 주기설까지 나온다. 시장의 실패를 정책으로 보완하려다보니 규제와 완화로 냉·온탕을 오가는 모습이다. 무슨 정책이 한치앞을 못내다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주택시장을 보면 재건축시장의 한파와 분양시장 과열이 엇갈리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된데다 초과이익 환수부담금 악재까지 겹친 강남 재건축 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싸게 급매물이 나와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거래가 뚝 끊어졌다. 인근 중개업소는 개점휴업 상태다.
반면 서울 수도권 일부 분양시장에는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분양가를 규제하다보니 시세차익을 겨냥한 청약자들이 몰려 ‘로또 아파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엄청난 시장변화를 몰고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첫 통지 대상인 반포현대에서 시장예상을 훨씬 웃도는 부담금이 매겨졌다. `부담금 폭탄‘으로 불릴 만큼 큰 충격을 가져왔다. 매도자는 급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자 매물을 회수해갔고 매수자의 발길은 뚝 끊긴 상태다. 재건축 추진단지들은 부담금 줄이려고 일반분양을 축소하거나 건축비를 늘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재건축을 통한 도심 주택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사업 지연에다 일반분양 축소 등 공급감소까지 겹치면서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초과이익 환수제는 미실현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물리는 제도여서 집값 변동이 클 경우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하니 재건축아파트값이 좀 떨어지도록 강력한 정책을 쓴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일은 없다. 오히펴 제때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 집값을 잡았으면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자고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나 과도한 정책을 내놓을 경우 나중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규제정책을 쓰지만 규제가 과도하거나 잘못될 경우 시장을 왜곡시켜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 정책의 부작용에 따르는 고통은 결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는다. 되풀이되는 규제도 어찌 보면 적폐 중의 하나다. 시장과 민생을 생각하기보다는 정치적 성과를 내기 위한 과도한 규제도 적폐로 볼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제기능을 하고 민생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제 규제라는 적폐의 대못을 어떻게 빼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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