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감성 꺼내기 좋은 제주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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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18-07-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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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장마가 지금 이 시기,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감성을 꺼내기 더없이 좋다. 

◆길을 헤매도 좋아···종달리 마을
 

서점 주인의 독특한 시선이 담긴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소심한 책방'[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잠시 길을 잃고 헤매도 괜찮다. 낯선 그 길 끝에 생각보다 멋진 장면이 당신을 기다릴 테니까. 제주 동쪽 끝, 지미봉 아래 소담히 자리한 종달리 마을에서 발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자.

낮은 돌담길 구석구석마다 아기자기한 가게를 생각지 못한 선물처럼 마주하게 된다.

독립서점 ‘소심한 책방’은 서점주인의 독특한 시선이 담긴 책으로, 핸드메이드 도자기 가게 ‘도예시선’은 제주 감성이 듬뿍 담긴 그릇과 소품으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는 종달리에 사랑스러움을 더한다. 골목 여행 중 다리가 저려올 땐 조용한 카페에서 느긋하게 쉬어가도 좋다.

마을의 숨겨진 명소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면 퐁낭투어 코스가 제격. 종달리의 아늑하고 정겨운 매력은 천천히 걸을수록 가슴 깊이 스며든다.

◆아픔 속에서도 잎은 피더이다···불카분낭, 선흘 동백동산
 

불에 타버린 나무라는 뜻을 지닌 불카분낭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상처를 치유 받을 때가 있다. 조천읍 선흘리는 제주 4.3 때 온 마을이 불에 타 초토화되었다.

마을을 지켜온 팽나무도 불에 타들어 갔다. 하지만 몇 년 후, 죽은 줄만 알았던 팽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났고 팽나무의 밑동 한 켠엔 어디선가 날아온 다른 나무의 씨가 아픔을 보듬어주듯 같이 잎을 틔워냈다.

불에 타버린 나무라 하여 불카분낭이라 붙여진 이 팽나무는 제주 4.3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초록 잎을 피워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선흘리 곳곳에는 제주 4.3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다.

제주 4.3 당시 마을 주민들이 몸을 숨겼던 토들굴이 있는 선흘 동백동산과 그 당시 고통스러웠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낙선동 4.3 성터까지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평화의 의미를 새기는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길 바란다.

◆피어오르는 물안개, 몽환의 습지···물영아리오름
 

물영아리오름 전경[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여행에 비가 내린다고 슬퍼할 이유가 없다. 떨어지는 비와 함께 안개 핀 몽환의 숲이 물영아리오름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영아리오름은 제주의 오름 가운데 산정호수를 간직하고 있는 흔치 않은 오름으로, 물이 고여 있는 신령스러운 오름이라 하여 물영아리오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빗물이 고여 이룬 분화구 내 산정 호수와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촉촉이 내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수백 년 동안 오름을 지켜 온 삼나무와 활엽상록수가 내뿜은 청량한 내음을 들이마시면 환상 속 정취가 느껴진다.

물영아리 습지는 비가 오고 나면 절정을 달한다. 날이 가물 때는 습지를 품고 있다가 한바탕 비가 온 뒤 분화구 내에 호수를 이룬다.

빗물이 고여 이룬 분화구 내 산정 호수와 물안개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상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계단이 가파른 편이기 때문에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완만한 경사의 신설 탐방로를 따라갈 것을 추천한다.

◆여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제주의 수국길
 

초여름 특유의 청초함을 닮은 수국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여름이 다가오면 제주 곳곳에서 꽃망울 틔우는 소리가 소곤소곤 들린다. 작은 꽃잎이 모여 풍성한 자태를 완성하는 수국은 초여름 특유의 청초함을 닮았다.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빗방울을 머금었을 때 오묘한 분위기를 뽐내, 초여름 내리는 비는 수국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인다. 수국은 토양 성분에 따라 색색의 꽃을 피운다.

특히 제주에는 바다를 닮은 푸른 수국이 유명하다. 키를 훌쩍 넘는 푸른 수국이 유명한 위미리 수국길은 수국에 파묻혀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다. 끝없는 수국길이 이어지는 안덕면 사무소 앞길은 꽃길 따라 산책하기를 추천한다.

색색의 수국이 아름다운 안성리 수국길 등 6월 제주는 곳곳이 수국으로 물든다. 휴애리와 카멜리아힐에서도 수국과 함께 제주에 여름이 당도했음을 알린다. 수국을 따라 걷다 보면 비 오는 제주마저도 흠뻑 사랑하게 될지도.

◆굽이치는 파도, 작가의 사색···자구리 공원 작가의 산책길·소라의 성
 

자구리 해안문화공원 전경[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예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은 인간이 구현할 수 없는 자연의 미학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서귀포 앞 자구리해안은 화가 이중섭에게 그러한 곳이었다.

깊고 푸른 바다 위의 예술품, 섶섬과 문섬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은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구리 공원은 이중섭을 기억하며, 그의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이곳은 이중섭미술관에서 시작해 소암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산책길’ 코스와 연결된다. 해안절벽 위의 건물을 시민 북카페로 단장한 ‘소라의 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잠시 숨 고르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다.

공원 옆 소남머리에 서서 주상절리가 유려하게 펼쳐진 해안가를 두 눈에 담으면 가슴이 탁 트이며 온 세상이 예술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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