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베이징의 알리바바(阿里巴巴) 스마트 매장에서 이미 미래를 엿보았다. 지난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054년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오는 장면이 눈앞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중국 하이테크 전문매체인 테크노드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 소재한 알리바바 스마트 매장을 방문한 소감을 표현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매장에서는 클라우드 매대에 장착된 센서기가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한 후 고객이 좋아할만한 옷을 직접 추천해준다. 고객이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하면 판매가격, 설명, 사용후기 등 상품과 관련된 여러 정보가 모니터를 통해 제공된다. 번거롭게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옷을 착용할 수 있다.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구매·배달도 가능하다. 알리바바가 외치는 이른바 '신소매(新零售)' 현장의 모습이다.
신소매는 온·오프라인의 벽을 허무는 소매와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소비 유통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서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소매업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 의미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이 지난해 10월 처음 제창했다.
알리바바는 올해 4월에는 신소매 개념을 한층 더 확장시킨 '신소매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한달여 만에 베이징·상하이·항저우·쑤저우·청두·선전·시안·난징·우한 등 10여개 도시가 줄줄이 신소매 도시 건설에 나섰다.
◆ AR·AI·빅데이터 기술 도입하는 동네 구멍가게들
알리바바가 짓는 신소매 도시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전통상점 개조, 신소매 커뮤니티 건설, 신소매 인프라 구축이 그것이라고 중국경제주간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첫째는 전통 오프라인 상점의 스마트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전통 브랜드 매장을 스마트하게 바꾼 '티몰 스마트 매장'이 대표적인 예다. AR 기술을 통해 고객들이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어울리는지 볼 수 있는 가상 탈의실, 실시간으로 재고 보충·물품 주문이 가능한 클라우드 매대, AR 쇼핑, 인공지능(AI) 쇼핑가이드 등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알리바바와 신소매 방면에서 협력하는 브랜드 업체 매장만 전국적으로 11만45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 전통 노포인 '라오쯔하오(老字號)'도 스마트하게 변신 중이다. 알리바바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온라인쇼핑몰 티몰(톈마오·天猫)에 입점한 베이징 시내 117개 라오쯔하오는 1시간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이들 베이징 라오쯔하오의 올 1~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가 늘었다. 특히 매출 고객의 절반 이상은 타 도시의 젊은층 인구였다. 라오쯔하오 판매망이 지역간 경계를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알리바바가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알리바바는 동네 구멍가게를 '티몰 스토어(중국명·톈마오샤오뎬·天猫小店)’로 변신시켰다. 동네 구멍가게들이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도 티몰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전시해 판매토록 하는 것이다. 구멍가게 인근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경영 솔루션도 맞춤형으로 제공해준다. 예를 들면, 상점 주변 반경 1㎞ 이내에 애완견을 키우는 가구가 많으면 강아지 사료를 추천해주고, 아기를 키우는 가구가 많으면 기저귀나 분유 등 영유아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역의 구멍가게 600만개를 티몰스토어로 개조시키는 게 목표다.
◆ 동네 집값 끌어올리는 신선마트 '허마셴성'
둘째는 신소매 커뮤니티 건설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역세권, 좋은 학군 이외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허취팡(盒區房)'이다. 허취팡은 중국 알리바바의 '신소매 실험장'이라 할 수 있는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 허마셴성(盒馬鮮生)이 3㎞ 반경에 위치해 30분 만에 신선식품이 배달되는 주택을 가리킨다. 허마셴성이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허취팡이라고 하면서 웃돈을 얹어 팔 정도다. 신선마트 하나가 동네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완커(萬科), 뤼청(綠城) , 룽후(龍湖) 등 대형 부동산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상권에 허마셴성을 모셔오려고 한다. 허마셴성의 입점 여부가 황금 상권의 핵심 요소가 된 셈이다.
허마셴성은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체험형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이다. 첨단 주문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존 전자상거래의 취약점으로 꼽혔던 신선식품 유통의 난제를 해결했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신선식품 재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가격도 온·오프라인 동일하게 낮추는 한편, 배송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5월말 기준으로 전국 10개 도시에서 46개 매장을 오픈한 허마셴성은 올해 안으로 100~150개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 300만명 배달원 네트워크···신소매 도시 인프라
셋째는 신소매 인프라 구축이다. 알리바바는 마치 도시의 상하수도관, 전력망처럼 신소매 물류 인프라를 촘촘이 구축하고 있다. 지난 4월초 알리바바가 중국 1위 음식배달앱 어러머(餓了么)를 인수하면서 산하 배달인력 300만명을 확보한 게 '신의 한 수'였다.
통계에 따르면 어러머 이용고객 수는 2억6000만명으로, 하루 평균 배송주문량이 450만건에 달한다. 협력상점 수가 100만개, 배달원만 300만명으로, 중국 전역의 1200여개 대·중·소 도시를 커버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어러머를 인수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촘촘히 배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들 배달원은 단순한 음식배달원이 아닌 ‘신소매 배달원’으로 불린다.
예를 들면 고객이 티몰 온라인쇼핑몰에서 헬스뷰티 전문점 왓슨스에서 물품을 주문하면 동시에 고객 거주지 인근의 왓슨스 매장 점원과 인근 음식점 배달원에게 동시에 주문이 간다. 매장 점원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포장해 배달원에게 건네주면 배달원이 1시간 이내 고객에게 배달하는 방식이다.
◆ "일자리 3600만개 창출···" 알리바바 경제효과
알리바바 신소매 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현지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 인민대 노동인사학원 과제팀이 지난 4월초 발표한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의 고용창출 효과' 연구보고서에는 중국 경제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알리바바 효과'가 잘 나타나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 그룹 납세액은 366억 위안(약 6조1000억원)이지만 알리바바의 전체 전자상거래 생태계 납세액이 2900억 위안에 달했다. 특히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생태계에서 창출된 일자리 수만 3681만개다. 전자상거래 종사인구 60% 이상은 월 평균 6000위안 이상 소득을 받는다. 알리바바가 만든 전자상거래 생태계가 양적, 질적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알리바바 신소매가 중국 전체 소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오프라인 소매판매액이 5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국내 최종소비지출의 국내총생산액(GDP) 성장 기여도는 58.8%였는데, 이 수치가 올 1분기에는 77.8%까지 늘었다. 이를 두고 상무부는 알리바바 신소매가 중국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왕루이(王銳)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MBA) 부교수는 "신소매 도시 전략은 현지 주민들의 소비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이면서 지역경제의 질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류루이(劉瑞) 인민대 경제학원 교수는 "신소매 도시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으로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장기적으로도 지방의 인프라 구축과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