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한국이 5분기 연속 세계 1위의 반도체 장비 출하국으로 꼽히며 명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여전히 세계 ‘톱10’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으며, 기술과 규모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을 더욱 튼튼하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비업체와 같은 후방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韓,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업계 격전지로 부상
우선 세메스는 올해 1분기 매출 6397억원, 영업이익 8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4.2%와 216.5% 증가한 수치다.
테스도 같은 기간 매출액(1004억원)과 영업이익(233억원)이 각각 57.2%, 48.2% 커졌다.
한미반도체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액(463억원)과 영업이익(107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5.9%, 57.4% 확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대비 64% 증가하면서 국내 장비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크게 상승했다”며 “원익IPS 등 다른 주요 업체들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연간 성적도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장비업계의 이 같은 성과는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가 50%대에 달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에 최소 200억 달러(약 21조60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에 13조원 넘게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출하액이 역대 최고치인 170억 달러(약 18조1900억원)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63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지난해 1분기 대만을 밀어낸 이후 5분기 연속 세계 최대 출하액을 기록하고 있다.
◆'톱10'에 국내 장비업체 全無···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
문제는 그 과실을 국내 장비업체들이 제대로 따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장비업체인 세메스조차 세계 '톱10'에 들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장비업체인 미국 AMAT의 경우 연매출이 10조원에 육박한다.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의 '반도체 산업 호황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국내 장비업체들 5곳 가운데 1곳은 적자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장비업체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기술 경쟁력에서도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해외 반도체 장비의 사용 비율은 8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가 성장해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지켜갈 수 있다”며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놔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를 빼면 빈 껍질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존도가 높다”며 “반도체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장비업체와 같은 후방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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