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열리는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북·중·러 3자 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북·중 결속을 과시하려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시도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 시기에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만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판세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설' 언급으로 정상회담이 한차례 무산 위기를 겪었던 상황에서 북한이 재차 미국을 자극할 만한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 방중한 것은 북·미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탓에 자칫 판이 깨질 뻔했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시 주석을 다시 만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중국을 들를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다시 '차이나 패싱' 논란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북핵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중국은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올해 들어 북·미 직접 대화가 현실화하자 이전 주장에 발목이 잡혀 끼어들기가 애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외교부와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은 북핵 문제 완화를 위해 중국이 나서야 한다는 외부의 목소리가 커질 때마다 당사자 간 해결을 강조하며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하며 우리는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는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변하자 중국이 주창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및 북미 평화협정 협상 동시 진행)의 성과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자 중국은 "북한이 과민하게 반응하면 자제를 촉구하고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문 교수는 "싱가포르 회담의 핵심 쟁점은 북한 체제 보장과 비핵화인데 체제 보장의 주체는 미국이고 비핵화도 북한이 진행할 사안"이라며 "중국이 답답함을 느낄 만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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