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특집]'한미 VS 북중' 등식 깨졌다…中 '한반도 지분' 유지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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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6-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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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대미 밀착행보 전망…판세 급변하나

  • 中, 美 견제 뚫고 평화협정 참여 안간힘

  • 목줄 쥔 美·지렛대 中 사이 줄타기 외교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를 이끌고 있는 4인.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북한과 한·미가 대치하는 가운데 중국이 북한과 좀 더 가까운 위치에 서서 균형의 추를 맞춰왔던 한반도 외교·안보 환경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변하고 있다.

한반도 내 지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중국은 남·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참여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경제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과 밀착해야 하지만 중국을 완전히 떠나보낼 수도 없는 북한의 '줄타기 외교술'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반도 '현상 변경'에 곤혹스러운 中

"중국으로서는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의 '현상 유지'가 최상인데 북·미 대화의 진전으로 '현상 변경'이 이뤄지고 있어 골치가 아플 것이다."

10일 만난 베이징 외교소식통의 진단이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에 경도돼 한반도 내 거점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기를 쓰고 참여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12일 열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그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심기가 불편해진 북한의 요청으로 1994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했다. 한반도에 주둔 중인 병력도 없다.

총부리를 겨눴던 미국이나 한국과 국교 정상화가 이뤄졌는데 새삼 종전선언에 숟가락을 얹기가 머쓱한 상황이다.

대신 평화협정의 당사국으로 신분을 바꿔 한반도 내 지분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5일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을 대체하기에는 법률적 권위가 약하다"며 "(정전협정 서명국인) 중국이 평화협정에 참여한다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의중이다. 종전선언을 한 뒤 평화협정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북한과 직접 불가침 조약을 맺는 식으로 체제 보장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의회에 출석해 "북한과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상원에 조약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 등 미국 측 인사가 평화협정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태도 변화를 지적하며 '시진핑 배후설'을 두 번이나 거론했을 때도 중국이 맞대응을 자제한 것은 평화협정 참여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北, 미·중 사이 위치 선정에 부심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 발전을 위해 핵 포기까지 감수한 만큼 미국이 제시할 대북제재 완화 스케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제재가 언제 풀릴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경제 개혁에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투자 유치를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가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이다. IMF가 문을 열어줘야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국제기구 가입은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IMF 등 국제기구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북한 대외개방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다.

미국에 비해 중국을 상대로 한 운신의 폭은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 논란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이 북한과 소원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재만 풀리면 경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를 북한 측에 지속적으로 보내 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직후 북한 측 친선 참관단이 방중하자 베이징과 상하이, 시안 등 지방정부 수뇌부와의 면담을 주선하는 등 최대한의 성의를 표시했다.

북·중 경제 교류가 정상화하면 사회간접자본(SOC)·금융·물류·정보기술(IT) 등 분야에 대한 노하우도 전수할 방침이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앞세워 대북 지원에 나설 뜻까지 내비쳤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비핵화 문제만 해결되면 이사회 동의를 구해 비회원국인 북한의 철도 사업 등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안보 등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북·중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마지노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미국을 적당히 견제하면서 경제적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는 카드"라며 "미·중 모두와 척지지 않는 절묘한 외교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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